“달러 수급 안정돼야 환율 방어”…기재부, 외환수급 안정TF 가동

2025-12-09 13:00:01 게재

기업·개인·연금 ‘3대 외환 수급 주체’ 정조준 …고환율에 총력 대응

이번 주 미 금리결정 주목 … “한미 금리 차이 줄어야 달러 선호 ↓”

기획재정부가 환율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다. 주요 외환 수급주체인 수출기업과 증권사, 국민연금에 관한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외환당국은 이번 주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도 주목하고 있다. 환율 상승의 한 요인인 양국간 금리역전 완화 여부를 가늠할 수 있어서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외환수급 안정화를 위한 정책 과제를 마련하기 위해 기재부 국제금융국 외화자금과를 중심으로 TF를 구성, 인력을 보강하고 세부 과제 논의에 착수했다. 정부는 특히 최근 달러수급 상황과 직결된 수출기업과 증권사(개인투자자), 국민연금과의 정책협의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구윤철 부총리, 주요 수출기업간담회 주재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요 수출기업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제공

◆달러환전하면 인센티브? = 우선 정부는 수출기업의 환전 동향과 해외투자 현황을 정례적으로 점검하고, 환전 시 인센티브 제공 등 정책수단 연계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 수출기업들이 보유한 달러를 환전하지 않고 쌓아두면서 달러수급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기업의 외화예금은 올해 들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기업 외화예금은 871억2000만달러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해 9월까지만 922억6000만달러까지 급증했다. 기업이 수출대금을 달러로 받은 뒤 환전을 하지 않고 있어서다. 당분간 달러가 계속 오를 것이란 판단에서다.

우선 기업의 원화 환전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의 달러 거래를 대행하는 은행의 달러 중개 거래 한도를 늘려주는 방안이 검토 대상에 올랐다. 달러 환전을 유도하기 위한 세제 혜택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자본 리쇼어링’ 등 기존 정책 확대방안도 거론된다. ‘자본 리쇼어링’은 해외 자회사가 거둔 소득을 국내로 들여오면 세제혜택을 주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지난 2023년에도 해외 자회사 배당금에 비과세 혜택을 줘 수출기업의 자금송환을 유도한 바 있다.

앞서 외환당국은 지난달 14일 주요 수출 대기업을 불러 환율 상황을 점검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한화오션·HD한국조선해양 등 주요 수출기업 재무담당자들이 참석해, 달러를 시장에 조금 더 내놓거나 환전 시점을 조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논의했다.

◆증권사도 관리대상 = 증권사 관리 강도도 높아진다.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증권사의 해외투자 투자자 설명 의무, 위험 고지의 적정성, ‘빚투’(빚내서 투자)를 부추기는 마케팅 관행 실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기간은 이달부터 내년 1월까지다.

외환당국의 이번 실태점검은 급증한 개인의 해외투자가 외환시장 안정과 배치되지 않도록 조율해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실제 미국 등 해외증권시장의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해외시장으로 돌아선 점도 최근 외환수급을 어렵게 하고 있다. 지난해 101억달러(약 14조8700억원)였던 서학개미의 해외 주식 순매수는 올해 들어 287억달러(약 42조2600억원)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달에만 68억달러를 순매수하며 역대 최대 월간 기록을 다시 썼다. 지난달 무역수지 흑자 60억달러보다 큰 규모다.

구체적으로 외환당국은 증권사의 통합증거금 시스템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주요 증권사들은 해외주식 결제 수요를 매일 오전 9시쯤 동시에 환전 주문을 낸다. 외환당국은 이 구조가 장 초반 환율을 급격하게 끌어올리는 ‘9시 쏠림’의 핵심 요인으로 보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1일 주요 증권사에 하루 평균환율(MAR)로 정산하거나, 주문 즉시 환전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확대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국민연금과도 긴밀논의 = 이와 함께 기재부와 보건복지부·한국은행·국민연금 등 4자 협의체는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외환시장 안정을 조화시킬 수 있는 ‘뉴 프레임 워크’를 마련한다.

당장은 올해 말 만료 예정인 외환당국·국민연금 간 연간 650억 달러 한도의 외환스와프 계약 연장이 주된 논의사항이다.

현재 외환시장의 가장 ‘큰 손’은 국민연금이다. 올해 8월 말 기준 해외주식 486조원, 해외채권 94조원, 대체투자 214조원 중 해외 비중을 포함해 전체 기금 1322조원 중 해외 자산은 최대 60%로 추산된다. 사실상 지난달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 4288억2000만달러(26일 환율 기준 630조8000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국민연금이 수익률을 위해 지난해부터 해외투자를 크게 늘린 상황이 세계적 달러 강세 기류와 맞물려 우리 돈값(원화가치)의 하락을 촉진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이 때문에 4자협의체를 통해 국민연금의 장기적인 운용체계 개편과 더불어 단기적인 외환수급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게 당국의 논리다.

외환당국은 이런 수급 측면의 조치와 함께 9~10일(현지 시각) 열리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FOMC 회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정책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상황 자체가 국내 자본 유출을 자극,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마지막으로 열리는 이번 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현재 연 3.75~4.00% 수준에서 0.25%p 낮출 것으로 전망한다.

이렇게 되면 한국(2.50%)과 미국 간 정책금리 격차는 1.25%p까지 좁혀진다. 한미 금리 역전 폭이 축소되면 달러 선호가 약해지면서 원화 강세 요인이 될 수 있다. 향후 금리 경로에 관해 완화적인 메시지가 나온다면 달러 약세 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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