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민생범죄 특사경 추진단 꾸린다
불법사금융·보이스피싱 등 수사권한 부여
자본시장 특사경 인지수사권도 함께 추진
금융감독원이 민생침해범죄 대응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도입을 위한 추진단을 설치한다. 조만간 단행될 조직개편과 인사를 통해 추진단이 꾸려지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게 된다.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22일 조직개편과 부서장 인사를 발표하면서 내부적으로 민생범죄 특사경 추진단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식 직제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특사경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설계할 실무단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특사경은 경찰·검찰 등 형사사법기관의 수사관과 달리 일반 중앙부처 혹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법률 혹은 검사장 지명에 따라 전문적 영역(원자력, 금융 등)에서부터 일상생활 영역(식품, 위생 등)에 이르기까지 수사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금감원에는 현재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를 수사하는 특사경이 설치돼 있다.
금감원이 추진하는 민생범죄 특사경의 수사 범위는 불법사금융과 보이스피싱, 보험사기 등이다. 각각의 팀을 만들어 민생침해범죄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일부 지자체 특사경은 불법사금융에 대한 수사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에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 수사 및 단속 권한을 전국으로 확대해 불법 사채를 발본색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민생침해범죄와 관련해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특사경을 신설하고 대대적, 직접적으로 조사와 수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려 한다”고 말했다.
특사경 도입을 위해서는 사법경찰직무법이 필요해 법무부와도 협의를 해야 한다. 이찬진 원장은 정성호 법무부장관과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지난 27일 금감원이 개최한 제3차 금융소비자보호 토론회에서 “불법사금융은 서민들이 ‘살기 위해 빌린 돈’이 ‘삶의 희망을 빼앗는 족쇄’가 되어, 살인적인 초고금리와 무자비한 불법추심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송두리째 파괴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근절해야 할 극악무도하고 반인륜적인 민생범죄”라며 엄단 의지를 밝혔다.
금감원이 집계한 불법사금융 피해상담 신고 건수는 올해(1~10월) 1만431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1875건)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이날 금감원은 불법사금융 대응 방안을 발표하면서 “경찰은 제한된 수사자원으로 다양한 사건을 다루고 있어 불법사금융 등 민생범죄에만 수사력을 집중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다”며 “불법사금융 등 민생범죄에 전문성과 대응 노하우를 갖고 있는 금감원에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해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금감원 수사의뢰는 지방 경찰청을 통해 관할 경찰서로 이관됨에 따라 불법사금융 증거가 산발적으로 흩어져 불법사금융 조직범죄에 대한 일관되고 종합적인 수사가 곤란한 측면이 있다”며 “18개 시·도 경찰청과 협의해 해당 지역내 불법사금융 수사의지가 있는 경찰조직을 모집·지정하고 해당 지역에서 발생하는 불법사금융 피해신고는 주기적으로 모두 전담 경찰조직에 수사의뢰해 수사 실효성을 제고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생범죄 특사경과 함께 자본시장 특사경에 대해 인지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될 전망이다.
금감원 특사경은 2019년 7월 출범했지만 자체적으로 범죄를 적발해 수사하는 인지수사권을 부여받지 못했다.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검찰에 이첩한 사건에 한해 수사하도록 업무가 제한돼 있다.
금융위는 금감원 특사경이 인지수사권을 갖는 것에 대한 반대 입장이 강하다. 당초 금감원이 추진했던 특별사법경찰관리 집무규칙 원안은 ‘특별사법경찰관은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범죄에 관해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식한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에 관해 수사를 개시·진행해야 한다’고 돼있었다. 하지만 금융위가 반대해서 이후 해당 조항은 ‘특별사법경찰관이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범죄 중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은 사건에 관해 수사를 개시·진행해야 한다’로 변경됐다.
반면 2022년 출범한 금융위 자본시장 특사경은 인지수사권이 있다. 금융위는 ‘거래소 심리자료에 대한 기초조사 또는 금융위 특사경 자체 내사 후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증선위원장에게 보고한 사건’을 직무범위에 포함시켰다.
이 원장은 금감원 특사경에 인지수사권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올해 국감에서 “형사소송법에는 금감원 특사경의 인지수사 권한을 제한한 규정이 전혀 없는데, 금융위의 감독 규정으로 임의적으로 인지수사를 제한했다”며 “(이런 상황은) 처음 봤고, 특사경에 인지수사 권한이 없다는 것 자체를 납득하지 못 하겠다”고 말했다. 법조인 출신인 이 원장 입장에서는 상식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금감원은 인지수사 권한을 강하게 요구할 예정이고 추진과정에서 금융위와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