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행 엔비디아 H200 대상 안보심사

2025-12-10 13:00:01 게재

“우회 수출로 리스크 최소화”

수출 허용은 ‘통제된 개방’

엔비디아가 중국에 수출할 예정인 AI(인공지능) 칩 H200이 대만에서 제조된 뒤 미국을 거쳐 중국으로 향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는 해당 칩에 대해 이례적 안보 심사를 진행한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 통신은 미 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이러한 복잡한 공급망 조정은 단순한 물류가 아니라 미중 간 기술 안보 전략의 일환이라고 보도했다.

엔비디아 칩은 전량 대만 TSMC에서 생산된다. 하지만 이제 중국으로 직접 수출되지 않고 미국으로 반입된 후 안보 검토를 거쳐야 중국행 선적이 가능해진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경유 방식이 미국 정부의 칩 통제력을 높이고 동시에 법적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국 수출분에 대해 판매금의 25%를 미국 정부가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이를 단순한 ‘수출세’로 시행하면 위헌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을 경유하며 관세나 수입세 형태로 적용하면 합법적으로 정부 수익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같은 조치는 미국 의회 분위기와도 무관치 않다. 미 상원은 현재 첨단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안전하고 실현가능한 수출 반도체법(SAFE법)’을 초당적으로 발의한 상태다. 향후 30개월간 상무부 장관이 전략적 칩의 수출을 거부할 수 있도록 명시한 이 법안은 H200을 포함한 AI 칩의 수출을 더욱 까다롭게 만들 수 있다.

칩 자체에 대한 안보 심사가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WSJ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중요한 것은 칩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느냐”라며 칩 자체의 심사보다는 유통과 활용 경로에 대한 통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내에서도 엔비디아 칩이 궁극적으로 중국군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하지만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중국은 자체 안보 이유로 미국 칩을 자국 군사에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번 결정은 화웨이의 AI 기술 추격도 영향을 미쳤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화웨이의 AI 플랫폼 ‘클라우드매트릭스384’가 엔비디아의 최신 ‘블랙웰’ 아키텍처 기반 NVL72와 유사한 성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고 전했다. 화웨이는 자사 칩 ‘어센드’를 내년 수백만 개 이상 생산할 계획이며 이 역시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칩의 수출을 조건부 허용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 “H200을 수출하더라도 미국은 여전히 18개월 이상의 기술 격차를 유지할 수 있으며 중국은 여전히 미국 기술 생태계에 의존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AI 기술에서 완전한 봉쇄보다 통제된 개방을 선택한 셈이다.

다만 H200 수출은 아직 최종 승인되지 않았으며 향후 세부 조건이 변경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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