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석 칼럼

한미 관세협상 그 이후

2025-12-10 13:00:03 게재

지난 11월 14일 한미 양국은 오랜 시간 끌어오던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양해각서의 내용은 많은 언론에 보도된 대로 한국은 총 3500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하는 데 이중 1500억달러는 조선 분야에 투자하고 이에 추가해 2000억달러를 에너지 반도체 의약품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는 대신 미국은 자동차 품목 관세를 15%로 낮추고 의약품 등에서도 경쟁국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부여하기로 하는 약속을 담고 있다.

두달 전인 2025년 9월 일본이 합의한 내용과 비교해 보면 투자 결정의 절차와 방식, 그리고 투자금 회수 방식은 일본과 유사하게 설계되었다. 하지만 투자 규모가 일본의 5500억달러에 비해 적은 3500억달러 수준이며, 조선 분야를 별도로 분리해서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 분야의 투자는 직접 투자 이외에도 보증과 보험 등의 간접 투자도 투자 규모에 포함하기로 했다. 또한 조선 분야 이외의 전략 분야에서의 연간 최대 투자금액을 200억달러로 제한함으로써 외환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한 점도 큰 진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합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미국 정국의 불확실성, 중국 등 경쟁국의 동향 등 고려해야 할 요인이 많아 섣부른 예측은 어렵지만 적어도 2026년은 합의문의 성실한 이행이 필수적이라는 전제하에서 미래를 전망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한미 협상합의문 전제로 미래 전망해야

글로벌 기업은 이제 합의문 이행이라는 변수를 상수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첫번째로 예상할 수 있는 것은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연간 최대 200억달러는 한화로 30조원에 달하는 금액이며 이렇게 큰 금액의 투자처를 찾는 일이 쉽지 않음은 자명하다. 더욱이 투자처를 찾는 주체가 기업이 아닌 한국 산업부 장관이 주도하는 협의위원회와 미국 상무부 장관이 주재하는 투자위원회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합의문에 명시한 대로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투자처를 찾기 위해서는 그런 일을 생명줄로 삼고 있는 기업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기업의 예민한 더듬이로 투자처를 찾아내고 정부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서 투자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작업이 내년 일 년 동안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로는 산업정책2.0을 담당하게 될 정부부처 공무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과거 우리가 수출을 통한 경제발전의 성취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경제부처 공무원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당시의 상공부였던 오늘날의 산업통상부를 중심으로 새로운 한류의 중심인 의료 식품 문화 등 모든 분야의 공직자들이 투자처를 찾고 그 투자처의 상업적 합리성 여부를 꼼꼼히 따져야 할 것이다.

비록 시작은 미국의 보호주의에서 시작했지만 관세협상 합의문은 한국 경제에게 미래로 가는 새로운 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이라는 거대 시장과 첨단기술을 갖춘 나라에서 우리의 탁월한 제조 역량이 꽃 피워지면 양국 관계의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다.

특히 마스가로 표현되는 조선산업은 경제적 합리성을 넘어서서 외교 안보 분야까지 양국의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미국의 조선업 부활은 특정 정부의 과제에서 멈추지 않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며, 중국의 추격으로 어려움을 겪던 한국의 조선산업은 이제 완전히 다른 기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한미 관세협상의 결과물을 이행하면서 새로운 산업정책 2.0을 만들어낼 공직자들에게 신뢰와 격려를 보낸다.

각자도생 시대, 각성과 협력이 절실

마지막으로는 세상은 급변하고 있고 우리의 눈도 어느 시점에서 멈추면 안된다는 점이다. 금방이라도 부딪힐 것 같았던 미국과 중국은 화해의 눈빛을 교환하고 내년에는 정상 간 상호방문을 합의했다. 일본의 보수 지도자는 대외적 타깃을 중국에 겨냥함으로써 한국이 반사이익을 보는 상황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 바로 끝날 것만 같았던 우크라이나 전쟁은 1년이 다 지난 지금도 진행 중이다.

모든 것은 언제든 변할 수 있고 특히 국제 사회는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각자도생의 시대다. 각국은 군비를 확충하고 힘이 없으면 언제든 국제무대에서 사라질 수 있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각성과 협력이 절실하다.

HD 현대 커뮤니케이션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