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북권 산업·문화 지도 바뀐다
차량기지, 첨단 바이오단지로
아레나·광운대역세권 '탄력'
서울 동북권의 산업·문화 지도가 바뀐다.
10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서울 동북권에서는 강북 대개조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미래 산업과 문화가 결합된 미래도시로 새롭게 재편되고 있는 것. 동북권 대변신의 중심축은 서울디지털바이오시티(S-DBC)다. 창동차량기지와 도봉면허시험장 이전으로 확보된 넓은 부지(24만7933㎡)에 조성되는 해당 단지는 국가 바이오 산업을 이끌 핵심 인프라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 세계 바이오산업을 이끄는 미국 보스턴을 모델로 삼았다.
대한민국 최초의 대중음악 전문공연장인 창동 아레나, 여기에 광운대역세권 개발이 맞물리면서 동북권의 구조적 전환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전망이 나온다.
◆‘산업·문화·생활’ 3박자 모두 갖춰 =
S-DBC는 서울시가 강북 균형발전의 결정판으로 제시한 사업이다. 내년 산업단지 지정에 착수해 2028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디지털바이오·AI·로봇 등 첨단 융복합 산업을 집적하는 미래형 R&D 중심단지를 표방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차량기지 이전으로 40년 넘게 개발이 묶였던 창동 일대가 ‘도시의 빈틈’에서 ‘혁신의 플랫폼’으로 변신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단지의 활성화를 위해 파격적인 조건으로 기업 유치에 나섰다. 부지를 원가에 공급하고 세제지원을 확대하는 등 인센티브를 적용하고 있으며 대형 연구기관·글로벌 기업과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시도가 한창이다. 홍릉 바이오허브, 고려대·서울여대 등 인근 대학과 연계한 이른바 ‘메가 바이오 벨트’ 구상도 속도를 내고 있다.
동북권 대변신을 견인할 또다른 프로젝트는 창동 아레나다. 2만8000석 규모 국내 최초 정식 음악전용 공연장으로 2027년 상반기 개관이 목표다.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며 올 12월 기준 공정률이 47%를 넘어섰다.
그동안 K팝 공연은 고척돔 등 스포츠 시설을 빌려서 사용해왔다. K팝 수준이 급격히 향상됐지만 음향·무대 환경의 한계가 지속적으로 문제가 됐다. 창동 서울아레나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첫번째 인프라로 평가된다. 연간 270만명 이상 관람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며 중랑천·동부간선도로 지하화와 연계한 수변 문화축 조성과 어우러지면서 서울은 물론 수도권 문화 수요를 탄탄하게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연계 관계자는 “최근 대형 공연은 단순한 구경꺼리를 넘어 숙박, 식당, 굿즈 판매 등 행사장 일대를 문화 소비 플랫폼으로 변화시키는 축제 역할을 한다”며 “서울 동북권을 넘어 인근 경기도 북부 지역경제까지 활성화하는 광역적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바이오시티와 아레나가 동북권의 산업·문화 대변신을 견인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생활·업무 기반이 필요하다.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은 이 같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설계됐다. 40년만에 개발이 본격화된 물류부지에 3000세대 규모 주거시설(주상복합)과 상업·업무시설이 들어선다. 지난해부터 주거·업무 구역이 순차적으로 착공에 들어갔다.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이전이 예정돼 있다. 약 1800명 규모 본사가 옮겨오면 지역 내 고용과 상권 변화가 동반된다. 이를 계기로 광운대역 일대는 기업 활동과 주거가 결합된 신경제거점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도시계획 전문가들 예측이다.
동북권 개발사업 전망을 밝히는 또다른 요인은 교통여건이다. 창동일대는 지하철 1·4호선(창동역)과 4·7호선 노원역에 인접해 있고 향후 GTX-C 노선이 개통되면 도심과 강남에서 20분 이내, 인천공항에서는 1시간 안으로 접근이 가능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S-DBC 창동 아레나 광운대역세권 사업은 각각 산업·문화·생활 축을 담당하며 상호 보완적으로 동북권 전반을 끌어올리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면서 “산업단지에서 고급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이를 수용할 생활·문화 인프라가 주변에서 확장되는 선순환 모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들 사업이 완성되면 창동·상계 권역이 강북권의 새로운 핵심 축으로 자리잡고, 동북권 전체의 인구·산업 구조가 재편되는 가시적 변화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세훈 시장은 "강북이 도약하고 강남·북이 나란히 성장해야 서울의 경쟁력이 올라간다"며 "균형 잡힌 도시만이 위기를 이기고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