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일본 현지에서 본 중일 냉각의 경제학

2025-12-11 13:00:03 게재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대만유사(有事) 발언 이후 양국 외교 당국의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업 관광 유학 등 인적 교류 분야에서도 그 여파가 서서히 퍼져 나가고 있다.

11월 14일 중국정부는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 자제를 요청했다. 법적 금지는 아니지만 중국의 해외여행 수요는 정부의 신호에 매우 민감하다. 실제로 여행사들 사이에서는 일본행 상품을 축소하거나 판매를 보류하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에는 약 10만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재학 중이며 외국인 유학생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러한 흐름이 장기화되면 방일 관광뿐 아니라 일본 유학 수요까지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지방대학과 일본어 학교의 경우 생존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캠퍼스 내 일상적 교류가 줄어들면 장차 사업이나 연구 협력으로 이어지는 인적 네트워크의 기반도 약해질 수 있다.

11월 19일에는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 절차가 중단됐다. 재무성 무역통계에 따르면 2021년 일본 수산물 수출액은 중국(홍콩 포함)이 국가별 1위를 차지하며 약 42%를 기록했다. 이러한 높은 의존 구조를 고려하면 중국의 수입 절차 중단은 연안 지역의 수산업과 지방 항만의 수익에 직결되고 지역 경제의 불안을 한층 더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경기둔화 중국, 대 일본 전면 제재 어려워

그럼에도 현 단계의 조치를 전면적인 경제제재라고 보기는 어렵다. 중국 역시 경기둔화에 직면해 있어 일본과의 경제관계를 크게 훼손하는 것은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일정 수준의 대응은 하되 관계 단절의 선은 넘지 않는다’는 것이 현재 중국의 기본 입장으로 읽힌다.

다만 긴장이 길어지고 돌발 사건이나 여론 악화가 겹치면 보다 강한 조치로 이어질 여지는 남아 있다. 과거 한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관광 문화 교류에서 큰 타격을 받았던 것처럼 정치와 경제, 인적 교류가 서로 얽혀 있는 구조 자체는 동아시아 전체가 함께 안고 있는 공통 과제다.

일본 국내의 반응은 지금까지는 비교적 차분하다. 다카이치정권 지지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안보 입장을 명확히 했다”는 긍정평가도 적지 않다. 교토와 홋카이도 등 과잉 관광(오버투어리즘)에 시달려 온 지역에서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도시가 조금 조용해졌다”는 반응도 들린다.

그러나 방일 관광수요에 많이 의존해 온 업종에는 타격이 크다. 일본 관광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9월 기준으로 방일 외국인 관광 소비액 가운데 중국이 24%를 차지해 1위를 기록했다. 중국인 관광객의 증감은 일본 관광 소비 전체의 흐름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고 할 수 있다. 호텔 여행사 소매업 외식업 등에서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가 곧바로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으며 ‘춘절 특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일본 사회에서는 '외국인 문제'에 대한 관심과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고 대도시를 중심으로 치안과 공중도덕을 둘러싼 논쟁도 늘고 있다. 이런 분위기 탓에 중국인 유학생 감소를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는 시각도 일부 존재한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보면 유학생과 외국인 노동자 감소는 노동력 부족을 더 심각하게 만들고 대학의 국제 경쟁력도 떨어뜨릴 수 있다. 감정과 경제적 합리성이 쉽게 일치하지 않는 지점에서 오늘날 일본 사회의 복잡한 단면이 드러난다.

문화 콘텐츠 분야에서도 변화의 징후가 보인다. 중국에서 일본 가수 공연이 취소되거나 일본 영화 상영이 보류되는 등 정치적 리스크가 콘텐츠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기획 단계에서부터 중국 시장과 중국 관련 소재를 피하려는 자기검열로 이어질 수 있다. 그 결과 문화 교류의 폭과 깊이가 서서히 약해질 위험이 있다.

앞으로의 중일 관계를 둘러싼 가장 큰 관심사는 ‘이번 냉각이 어디까지 심화될 것인가’라는 점이다. 중국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로는 일본인에 대한 비자 발급 강화, 출장 제한, 일본제품 불매 운동, 희토류와 같은 전략물자 수출 규제 등이 거론된다. 모두 과거 다른 국가를 상대로 실제 사용된 적이 있는 수단인 만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현재 중국정부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고용과 성장의 유지다. 일본 기업을 직접적인 표적으로 삼는 강경 제재는 자국 경제를 더 크게 냉각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 그런 이유로 중국은 전면적인 경제제재보다는 비용이 적게 드는 상징적·제한적 조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국내적으로는 단호한 태도를 보여줄 수 있는 동시에 대외적으로는 협상 여지를 남겨둘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 제품 불매와 같은 국지적 움직임은 여론 변화에 따라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다. 과거 정치적 긴장이 여행과 소비 행동을 바꿔 놓았던 사례를 돌아보면 이런 '작은 흔들림'이 쌓이면서 사람들의 선택을 서서히 바꿔 놓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경제적 단절보다 일정 거리 유지할 가능성

보다 큰 틀에서 보면 관건은 여전히 미중관계다. 미중 대립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일본과의 경제 관계까지 동시에 악화시키는 것은 스스로 선택지를 좁히는 결과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중일 경제관계는 ‘악화되면 양측 모두 손해를 보는 미묘한 균형’ 위에 서 있다. 정치적 분위기에서는 긴 겨울을 떠올리게 하는 냉각이 이어지더라도 경제적으로는 완전한 단절이 아니라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관계를 이어가는 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표면적인 뉴스에만 휘둘리기보다 그 뒤에 있는 미중대립과 경제적 상호의존, 그리고 국내 여론의 흐름까지 함께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중일 관계의 흔들림은 동아시아 전체의 안정과 직결된다. 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이 감정적 대립을 넘어서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관계’를 설계해 갈 것인가. 이는 비즈니스 현장뿐 아니라 동아시아에 사는 우리 모두에게 던져진 질문이다.

주영호 일본국립후쿠시마대 교수 상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