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언론탄압 비판하더니…여야, 언론규제 ‘닮은꼴’

2025-12-11 13:00:01 게재

민주당, ‘손배 5배’ 허위정보근절법 강행

윤석열정부 땐 ‘가짜뉴스 퇴치 TF’ 가동

시민사회 “언론의 기능, 심각하게 위축”

더불어민주당이 허위·조작 정보 유포 시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내용의 이른바 ‘허위조작정보근절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윤석열정부가 ‘가짜뉴스 퇴치 TF’를 가동해 가짜뉴스를 심의하고, 방송통신위원회 등을 통해 언론에 압박을 가하는 조치에 대해 강하게 반대했던 민주당이 180도 입장을 바꾼 모습이다. 여야 위치만 바뀌었을 뿐 ‘가짜뉴스 퇴치’ ‘허위정보 근절’을 명분 삼아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려는 정부·여당의 시도는 반복되고 있다.

1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민주당 주도로 법안소위회의와 전체회의를 잇달아 열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 퇴장한 과방위 전체회의 10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가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고의 또는 중과실로 불법 또는 허위조작정보를 정보통신망에 유포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가 증명 또는 인정된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법원 판결에서 불법·허위조작정보로 판결된 정보를 반복 유통한 경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최대 10억원의 범위 안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야당과 시민단체에서 제기했던 전략적 봉쇄소송(SLAPP)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이를 방지하기 위한 특칙을 추가했다. 전략적 봉쇄소송이란 정치인과 공직자, 대기업 임원과 대주주 등 권력자가 관련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소송을 말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법안에는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법원이 조기에 각하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 조국혁신당은 당초 ‘권력자의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원천 배제’를 주장했으나 ‘전략적 봉쇄소송 방지 특칙 강화’ 방안 등을 수용하며 개정안에 찬성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법안을 ‘입틀막 법안’이라고 반대하며 표결 직전 퇴장했다. 국민의힘 과방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긴급성명을 통해 “권력을 비판하고 여론을 조성해야 할 언론을 민주당은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겁박해 언론의 입과 손을 틀어막고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려 하고 있다”면서 “지금 이재명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권력자의 부정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공론화해 국가와 사회를 각성시켜야 할 언론의 기능과 역할, 나아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압살하겠다는 독재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추진중인 개정안은 모두 허위조작정보를 불법정보로 규정해 행정규제와 손해배상 책임을 대폭 강화하려는 것”이라면서 “이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언론의 기능을 심각하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론계와 시민사회는 개정안의 전면 폐기와 재검토를 요구해왔지만, 두 당은 공청과 숙의 절차 없이 법안을 밀어붙이며 사실상 야합을 통해 강행 처리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언론의 자유 침해 논란은 불과 얼마 전 윤석열정부의 언론 압박 시도를 그대로 연상시킨다. 윤석열정부는 지난 2023년 4월 ‘가짜뉴스 퇴치 TF’를 출범시키고, 행정력을 동원한 규제를 진행한 바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가짜뉴스 피해 신고·상담센터’가 설치됐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는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가 만들어졌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도 가짜뉴스 대응 정책에 동원됐다.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 해임 및 선임, TV 수신료 분리 고지 추진, YTN 지분 매각 등 ‘언론 탄압’ 비판을 받는 조치를 주도적으로 진행했다. 2023년 8월 취임한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언론이 오보를 내면 퇴출하고 해당 기자의 이직도 막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추진하기도 했다.

당시 민주당은 이 같은 조치들을 ‘언론 탄압’으로 규정하고 언론자유대책특위를 만들어 대응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허위정보 근절’을 이유로 강력한 규제 법안을 추진하는 쪽으로 입장이 180도 달라졌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박소원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