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빅테크, 엔비디아 H200 확보나섰다

2025-12-11 13:00:03 게재

알리바바·바이트댄스 경쟁

정부는 국산화 압박하지만

미국 칩에 의존하는 게 현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 H200의 대중국 수출을 허용하자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즉각 H200 확보 움직임에 나섰다고 로이터 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트댄스와 알리바바 관계자들에 따르면, 두 회사는 엔비디아에 최신 고성능 AI 칩 H200 구매 의사를 타진했으며, 중국 정부가 승인만 한다면 대규모 주문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H200은 기존 중국 수출 허용 칩인 H20보다 성능이 대폭 높아 대형 AI 모델 학습에 사실상 필수로 평가된다.

중국 정부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나, 최근에는 정부 자금이 투입된 데이터센터와 기술기업의 엔비디아 칩 구매를 제한함으로써 자국산 반도체를 활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규제 당국은 알리바바·바이트댄스·텐센트 등을 불러 H200 수요를 파악한 것으로 로이터는 밝혔다.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국산 칩 육성과 해외 기술 의존 사이에서 계산을 굳히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H200 도입을 허용할 경우 미국과의 기술 협상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H200 생산량이 제한적이라는 현재 상황도 중국 기업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엔비디아가 차세대 블랙웰과 루빈 라인을 우선 생산하며 H200 공급이 넉넉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공개 경쟁 대신 조용히 물량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특히 기초 모델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학습 속도와 규모가 기업의 기술 격차를 결정하는 만큼, H200 확보 여부는 중국 플랫폼 기업의 전략적 우선순위로 떠올랐다.

한편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수출 금지인 엔비디아 블랙웰 칩을 해외 데이터센터에서 해체해 중국으로 들여온 정황도 포착됐다. 미국은 고성능 칩의 대중 수출을 금지하고 있으나, 중국 기업들 사이에서는 우회 조달 시도가 지속돼 왔다. 딥시크는 입장을 내놓지 않았고 엔비디아도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딥시크는 올해 실리콘밸리 최고 수준과 경쟁하는 모델을 공개하며 주목을 받았다. 배후 투자자인 하이플라이어는 미국 규제 강화 이전에 엔비디아 GPU 1만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개발 과정에 상당한 도움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딥시크는 9월에도 새 모델을 내놓으며 중국 반도체 업체와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딥시크 사례가 중국 내 고급 칩 수요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구형 H200 칩의 대중 수출은 허용했지만, 최신 블랙웰 칩에 대한 금지 조치는 유지하는 선별적 규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들에 AI 개발 장비를 국산 제품으로 전환하도록 압박해 왔지만, 중국 AI 기업들은 여전히 우회 경로를 통해 미국 칩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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