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이야기
소득기반 고용보험 개편, 성공을 위한 제언
정부는 11월 25일 국무회의에서 소득기반 고용보험 개편을 위한 ‘고용보험법’ 및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일부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고용보험 적용 기준이 ‘소정근로시간’(주 15시간)에서 ‘보수’(소득세법상 근로소득–비과세소득)로 변경된다.
이번 개편안은 한국 사회보험 시스템의 역사적인 도약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근로시간 기준의 모호성을 넘어 국세청 소득자료를 활용해 보험료 산정 및 징수의 객관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궁극적으로 보편적 고용안전망을 구축하려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매우 긍정적이고 환영할 만하다.
긍정적 개편 속, 간과할 수 없는 해결과제
소득기반 체계로의 전환은 ‘사무 간소화’라는 행정적 효과가 있지만 전국민의 권익이라는 측면에서 간과할 수 없는 두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첫째, ‘태도적 사각지대’의 답습이다. 과거 ‘주 15시간 미만(월 60시간 미만)은 미가입’ ‘월 8일 미만은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돼’라는 잘못된 관행이 있었다. 이렇듯 이제는 ‘일정 소득 미만자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고의적인 소득 쪼개기나 축소 신고라는 형태로 변질될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다. 이는 제도의 공정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며, 성실 신고자를 역차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둘째, ‘국민권리 누락’의 우려다. 개정안에 따라 두개 이상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개별 사업장에서는 소득기준에 미달하더라도 합산소득으로 고용보험에 가입하려면 ‘근로자의 신청’이 필수적이다. 제도의 복잡성을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신청주의’는 제도를 알지 못하거나, 절차에 부담을 느끼는 수많은 국민의 수급권을 포기하게 만들고 새로운 사각지대로 밀려나게 할 것이다.
조세 행정의 ‘납세대리인 제도’ 같은, 사회보험 행정의 ‘전문가 제도’를 법제화해야
이러한 과제를 해소하고 개편의 취지를 완성하기 위해 ‘사회보험 대리인 제도’를 법률에 근거해 도입하고 엄격한 자격 제한을 둘 것을 제언한다.
조세 행정에서 세무사가 복잡한 세법을 해석해 납세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납세자의 권리를 옹호한다. 이렇듯 사회보험 행정에서는 고용보험법 근로기준법 산재보험법 등 복합적 법률 지식을 갖춘 전문가가 국민의 권리를 지킬 수 있다.
첫째, 근로계약 등록 의무 대리 도입을 통한 징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선진국인 이탈리아의 통합사회보장시스템을 보면 노동 컨설턴트(Consulente del Lavoro)가 사업주를 대신해 근로계약 신고(UniLav)를 의무적으로 대리한다. 우리도 전문가를 통해 근로계약서 등록을 의무화해야 한다. 계약 초기부터 ‘근로자성 여부’의 법적 해석과 ‘필수기재사항 확인’을 거쳐 시스템에 정보를 등록하면, 국세청 소득자료 활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원천 차단하고 징수 공정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는 동시에 부실한 근로계약서 작성으로 인한 임금체불 등 노사 분쟁과 사회적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둘째, 법률에 근거해 엄격하게 대리인 자격을 제한해야 한다. 현재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의 웹 EDI(Electronic Data Interchange, 전자문서교환) 대행 업무가 공단 내부 지침에 근거해 사회보험 및 노동관계법령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자에게 위임되고 있다. 최근 심각한 이슈로 떠오른 개인정보 유출 및 악용 우려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나아가 컨설팅이라는 명목으로 고용장려금 등 정부 지원금을 받아주겠다면서 고액 수수료를 징수하거나 어용노조를 만들어 단체교섭을 방해하는 등 노동시장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문제까지 만연하다.
일본 사회보험노무사회가 개인정보보호구역을 엄격히 운영하듯이 전국민의 민감한 소득 및 고용 정보를 다루는 ‘사회보험 대리인 제도’는 반드시 법적 전문성과 윤리적 책임이 법으로 담보되는 전문가에게만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 이는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정부 지원 사업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소득기반 고용보험 개편은 ‘자료 연동’이라는 기술적 해결책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 정부와 국회는 이 기회를 통해 ‘전문가 제도 법제화’라는 제도적 안전장치를 구축해야 한다. ‘사회보험 대리인 제도’ 법제화는 △태도적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복수 사업장 근로자의 수급권을 능동적으로 보장하며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차단함으로써 제도의 신뢰성과 공익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다. 국민 모두의 권익과 지속 가능한 사회보장 시스템을 위해 개편에 있어 함께 추진해 줄 것을 제언한다.
안성희 선진노무법인 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