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검찰개혁, 이제부터 시작이다

2025-12-12 13:00:01 게재

검찰청을 폐지하고 법무부장관 소속 공소청과 행정안전부장관 소속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각각 신설하는 정부조직법이 개정돼 내년 10월 2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수사권과 기소권의 조직적 분리만 확정되었고 신설될 중수청과 공소청의 구체적인 모습은 확정된 것이 없다. 국무총리실 소속 검찰개혁추진단이 마련하게 될 공소청과 중수청 설치법 제정안이 오히려 그 동안 추진되어온 검찰개혁의 취지를 무력화하거나 검찰개혁을 퇴행시키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 이유는 검찰개혁 논의가 나올 때마다 검찰은 국민을 핑계로 조직과 권한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검찰은 자신의 권한이 약화되면 범죄자 처벌을 할 수 없는 것처럼 말해왔기 때문이다. 지금도 검찰에 우호적인 법조인과 언론 및 학자들은 그렇게 말한다.

그동안 검찰개혁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은 것은 검찰권력의 배후에서 정치 경제 언론 법조 권력이 이해관계에 따라 작동하면서 우리 사회의 흐름의 방향을 정하고 또 그 흐름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권력의 카르텔이 한국 사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개혁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검찰권력 배후에 있는 권력 카르텔의 문제

신설될 중수청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있다. 그런데 법무부장관이 검찰이 처리하는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통해서 지휘·감독할 수 있듯이(검찰청법 제8조), 행안부장관이 중수청의 사건 처리에 대해 지휘·감독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 이를 민주적 통제라고 부른다.

그러나 행안부장관이 중수청 사건 처리에 개입하는 것은 민주적 통제가 아니라 정치적 통제다. 사법(司法)이란 분쟁이 발생한 경우 무엇이 옳은지 판단하는 국가작용으로서 그 본질은 기관의 독립성과 업무의 중립성에 있고 이로써 공정성을 간주한다. 헌법은 사법을 법원의 업무로 규정하고 있다. 형사절차를 구성하는 수사 기소 재판은 모두 사법작용이다.

수사와 기소 모두 사법적 성질의 행위다. 범죄적 행위에 대해 유·무죄를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 법원이 해야 하나 재판은 사법부가, 수사와 기소는 행정부가 각각 나누어 수행할 뿐이다. 수사기관도 기소기관도 모두 법관처럼 공정하게 처리해야 한다. 외부의 간섭이나 통제 없이 해당 기관이 독립적·중립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중수청이 불송치결정을 할 때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불송치결정심의위원회를 거쳐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것이 민주적 통제다. 민주적 통제란 영미의 배심제나 우리의 국민참여재판절차처럼 형사절차에 시민 등 외부자가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런 민주적 통제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 외부 전문가들이 직접 수사를 한 것이 아니므로 사건에 대한 이해도가 직접 수사한 중수청보다 높을 수 없다. 민주적 통제는 중수청의 판단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악용될 수 있다. 절차의 효율성도 저해한다. 중수청의 판단은 그 이후 이어지는 공소기관의 절차적 통제로 충분하다.

사법에 대한 민주적 통제 또는 사법의 민주화는 (형사)사법기관이 직면하는 판단의 어려움 내지 그 이후 부담을 외부로 돌리는 것이다. 사법의 정당성을 자체적으로 추구하지 않고 국민의 이름으로 외부에 의존하는 것이다. 사법의 민주화가 아니라 사법의 외주화다.

형사사법기관이 피할 수 없는 판단의 어려움은 형사절차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판단의 남용이나 오류는 수사 기소 재판 상소 재심 비상상고 등으로 구성된 일련의 형사절차 내지 형사사법체계 안에서 바로 잡혀야 한다.

정치적·민주적 통제보다 절차적 통제가 타당

신설될 공소청 검사의 중수청에 대한 사법통제 강화를 위해 전건송치제도와 수사지휘권을 부활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 피해가 클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사법통제란 말은 법관에 의한 통제를 말한다. 따라서 검사의 사법통제란 말 자체가 옳지 않다. 이 주장에는 공소청 검사가 사건 처리의 주도권을 갖고 중수청과 국수본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재 검찰의 지휘를 받고 있는 특사경을 비롯하여 중수청과 국수본도 공소청의 하급기관처럼 된다. 권한의 분산과 협력을 추구하는 검찰개혁의 퇴행이다.

윤동호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