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국회의장-여당 ‘특별감찰관 추천’ 떠넘기기

2025-12-12 13:00:08 게재

강훈식 비서실장 “국회에서 빨리 추천해 보내줘야”

민주당 “당 아닌 국회가 추천, 의장이 부르지 않을까”

국회의장실 “여야 협의 먼저, 국회의장 나설 일 아냐”

“현안 많다” “급한 일 아니다” “야당도 소극적” 의견도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강한 특별감찰관 도입 의지가 확인됐는데도 더불어민주당은 미지근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민주당은 “급한 게 많다”며 후순위로 미뤄놓은 상태다. 국회의장실 역시 특별감찰관 도입은 여야가 협상할 문제라며 후선으로 빠졌다. 야당인 국민의힘의 요구가 강하지 않아 민주당이 적극성을 띠지 않을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의힘 필리버스터 시작, 대화 나누는 국회의장과 여당 원내대표 11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1차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이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는 가운데 우원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해 기자

12일 민주당 지도부 핵심관계자는 “대통령실에서 공식 요구한 만큼 특별감찰관은 도입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아직 현안이 너무 많다”고 했다. “급할 것 없지 않느냐”는 얘기다.

또다른 지도부 핵심관계자는 “대통령실이 언급한 만큼 국회의장에서 취합해 여야로부터 후보를 추천받는 식의 절차를 진행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공식 논의는 해 보지 않았다”고 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특별감찰관에 대해 입장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기존의 의견을 그대로 유지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전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특별감찰관법에 국회가 3인을 추천하면 대통령께서 1인을 지명하시고 그것이 국회로 다시 와서 인사청문회를 거친 다음에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로 되어 있다. 국회가 3인을 추천한다”며 “(특별감찰관 후보자) 추천의 주체가 이 법에 의하면 당은 아니다. 국회의장께서 해외 다녀오시면 아마 여야 원내대표를 부르셔서 국회 추천이 3인인데 이것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라고 논의하시는 과정이나 절차가 있지 않을까 그렇게 예측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국회의장실 얘기는 다르다. 국회의장실 핵심관계자는 “특별감찰관은 여여 합의가 우선”이라며 “의장실이 여야 협의과정에 ‘선 개입’하는 게 맞는지는 판단을 유보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상설특검은 대통령실로부터 추천의뢰가 들어오지만 특별감찰관은 별도의 추천의뢰 절차가 없다”며 “여야의 협의가 우선돼야 하고 여당 입장이 중요하다. 여당이 야당과 협의 테이블을 열어야 된다”고 했다. “의장은 여야 협의가 아직 진행이 안 되고 있다고 하니 협의되는 것을 보고 (중재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도 했다.

또다른 의장실 핵심관계자는 “(초대 특별감찰관을 뽑았던) 박근혜정부때는 여야가 동수로 추천위원을 구성했고 여당 1명, 야당 1명, 여야공동 1명을 추천했다”며 “여야가 협의를 해야 된다”고 했다.

겉으로는 매우 강하게 ‘특별감찰관 도입’을 주장하지만 실제로 여당 지도부를 만날 때는 강도가 크게 약화되거나 아예 말을 꺼내지 않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국민의힘에서는 이미 선정한 특별감찰관 후보를 국회의장에게 추천하도록 하겠다”며 “민주당도 신속한 추천을 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어 “이번 사안마저 또다시 흐지부지 덮는다면 비선 통치 의혹은 의혹이 아니라 현실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같은날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이날 있었던 국회의장과 양당 원내대표간 회동을 거론하며 “‘특별감찰관 후보자를 즉각 추천하자’라고 얘기를 했고, ‘대장동 항소포기 외압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를 즉각 실시하자’라고 했다.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에서 지금 강행하려고 하고 있는 ‘사법파괴 5대 악법’과 ‘국민 입틀막 3대 악법’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이것을 ‘대국민 포기 선언을 해 달라’라고 강력히 요구했다”며 “더불어민주당은 예상대로 즉답을 모두 회피했다”고 했다.

하지만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특별감찰관 얘기는 나오지 않았고 논의할 상황이 아니었다”면서 “이 날은 본회의 의제에 집중했고 다른 때에도 국민의힘에서 특별히 특별감찰관을 강조한 적은 없었다”고 했다. “야당이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국회의장실과 여당의 ‘소극적’ 행보는 대통령실의 의지가 강하게 전달되지는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읽힌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지난 7일 특별감찰관 임명 요구와 관련해 “꼭 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드린다”며 “국회에서 빨리 추천해주시면 그 분을 특별감찰관을 모시겠다”고 했다. 이어 “절차를 아시겠지만, 국회에서 추천해서 보내주셔야 한다”며 “이 자리를 빌려서 다시 한 번 국회가 빨리 (특별감찰관을) 추천해 보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특별감찰관을 임명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여당은 추천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여당은 좀더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요구를 한 만큼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데 과거 문재인정부, 윤석열정부에서 하려고 했는데 왜 못했는지 등을 검토해봐야 한다”면서 “아직 구체적인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국회의장실 고위관계자는 “지금 다른 현안이 있어서 계속 뒤로 밀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양당이) 협의를 준비하고 있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박준규 박소원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