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고위 관료 무더기 재판행
내란특검 ‘계엄 가담·김건희 청탁’ 박성재 불구속기소
‘헌법재판관 미임명·지명’ 최상목·정진석·김주현도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윤석열정부 고위 관료들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내란 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재판을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도 추가로 기소됐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내란 특검팀은 전날 박 전 장관을 내란 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박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법무부 간부회의를 소집해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와 교정시설 수용 여력 점검, 출국금지 담당 직원 출근 등을 지시하는 등 윤 전 대통령 내란 범죄에 순차적으로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또 계엄 해제 후 법무부 검찰과에 ‘권한 남용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는데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사후적으로 계엄을 정당화하려 했다고 봤다. 해당 문건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입법권 및 탄핵소추권 남용 등을 지적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은 김건희 여사의 청탁을 받고 김 여사 관련 수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도 받는다. 그는 지난해 5월 김 여사로부터 ‘내 수사는 어떻게 되고 있나’ 등 텔레그램 메시지를 받은 뒤 채 7시간도 안돼 법무부 담당 과장으로부터 검찰 수사 상황을 보고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지영 특검보는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권 행사를 위해 수사 진행 상황을 보고 받지만 이번 사안은 개인적인 청탁을 받고 이를 수행하기 위해 수사상황을 확인한 것이어서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이날 ‘헌법재판관 미임명·지명 의혹’과 관련해 한 전 총리와 최 전 부총리, 정진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주현 전 민정수석, 이원모 전 공직기강비서관도 재판에 넘겼다.
한 전 총리와 최 전 부총리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를 받는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26일 새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마은혁·정계선·조한창 후보를 추천했으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던 한 전 총리는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았다. 이후 한 전 총리 탄핵소추로 ‘대행의 대행’을 맡게 된 최 전 부총리는 정계선 조한창 후보자를 임명했지만 마은혁 후보자에 대해선 임명을 미뤘다.
박 특검보는 “의무가 있는 행위를 하지 않으면 자체적으로 직무유기가 된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임명하지 않으면서도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졸속으로 임명해 직권남용 혐의도 적용됐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으로 권한대행에 다시 복귀한 한 전 총리는 지난 4월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재판관 후임으로 이완규 전 법제처장과 함상훈 당시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대통령실에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을 의뢰한 지 하루 만이었다. 특검은 이 과정에서 인사 검증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인사 검증 담당자들의 직무권한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특검팀은 또 두 헌법재판관 임명에 정 전 실장, 김 전 수석, 이 전 비서관 등이 개입했다고 보고 이들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삼청동 안가 회동에 참석했던 이완규 전 법제처장은 국회에서 허위증언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비상계엄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4일 삼청동 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법무장관 등과 회동한 것과 관련해 국회에서 단순 친목 모임이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특검은 이 자리에서 계엄 관련 법률 검토 등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했다.
특검은 최 전 부총리도 지난달 한 전 총리의 내란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계엄 당시 대통령실에서 문건 내용을 본 기억이 없다는 취지로 허위 증언했다고 보고 위증 혐의를 추가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