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차량 범퍼 수리만 1조3천억원
무분별한 부품교환, 사회적 비용 증가
지난해 차량 사고로 인해 범퍼를 교환한 비용만 1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자동차보험 수리비의 17%에 달하는데, 경미한 사고의 수리 제도를 개선하지 않을 경우 자동차보험료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우려다.
보험연구원 전용식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자동차보험 차량수리 관련 제도개선 방안’ 연구보고서를 내고 “자동차보험료 인상 압력 억제를 위해서는 경미한 손상에 대해 수리 기준 실효성을 높이고 시간당 공임 협의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수리비 상승이 자동차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자동차보험 수리비를 합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진행됐다.
2024년 국산차와 수입차의 범퍼 교환 및 수리비(공임) 규모는 1조3578억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전체 수리비 규모는 7조8423억원으로 자동차범퍼만 17%를 차지한다.
사고가 발생하면 대부분 범퍼부터 파손된다. 범퍼를 넘어 파손된 큰 사고도 있지만 범퍼만 스치는 경우도 다반사다. 차량 운행이나 안전에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에는 도색 등의 조치만 가능하다. 하지만 자동차정비업체의 요구나 보험계약자의 신품 교체 의사 등 부문별하게 범퍼를 교체하는 경우가 있다. 2017년 경미손상 수리기준이 도입됐지만 무분별한 범퍼 교환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국산차 범퍼 수리 및 교환 건수의 4%만이 이 기준이 적용됐다.
정비업체의 과잉경쟁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 보험사들은 정비업계와 오랜 갈등을 벌여오고 있다. 정비업체수가 최근 10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시간당 공임은 자본비용과 최저임금 상승 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 여기에 같은 작업이라도 정비업계 규모 등에 따라 공임이 달라지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주요 수입차 브랜드에 대한 시간당 평균 공임은 7만5000원선이다. 특히 메르세데스-벤츠의 공임은 8만4660원으로 가장 비쌌다. 그런데 독립 정비업체는 5만2000원 수준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전 선임연구위원은 “경미손상 수리기준이 현행보다 강화돼 교환건수가 30% 감소할 경우 수리비의 6.4%가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경미손상 수리기준 적용이 두배 늘면 수리와 관련된 직접 손해와 간접 손해 모두 감소로 이저질 수 있다”고 말헀다.
이어 “보험료 인상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근거 중심의 시간당 공임 협의체계를 마련하고 경미손상 수리기준의 법제화가 필요하다”며 “합리적 근거에 따른 시간당 공임 조정률 협의체계는 정비업계와 보험업계의 상생, 보험계약자의 공정한 보험료 부담으로 이어져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