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전에 접어든 금투협 회장 선거
거물급 후보 없어 역대급 무관심… 판세 '오리무중’
서 후보에 직격탄 날린 황 사장 오히려 ‘감점’ 요인
차기 금융투자협회장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3명의 후보자들은 막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거물급 유력 후보가 없고, 증권·자산운용사들의 역대급 무관심으로 판세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제 7대 금투협회장 후보 서유석(63) 현 금투협회장, 이현승(59) 전 KB자산운용 대표, 황성엽(62) 신영증권 사장(가나다순)은 지난주 각자 소견 발표 자료를 담은 공약집을 각 회원사에 배포하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공약집에 따르면 서유석 후보는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비욘드 코스피 5000)를 여는 다양한 정책 개발 및 제안을 제시하며 △국고채 전문 딜러(PD) 담합 과징금 대응 △ 발행어음·종합금융투자계좌(IMA) 인가 성공적 처리 및 향후 신규 지정 요건 완화 추진 △교육세율 인상 대응, 유가증권 손익 통산 허용 추진 △책무구조도 부담 완화 및 합리와 등을 우선 과제로 밝혔다.
서 후보는 “증권·운용·신탁·선물사를 두루 경험한 만큼 회원사 중심의 협회를 만들겠다”며 “처음으로 연임에 도전하면서 그동안 추진해 왔던 현안을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현승 후보는 대형사와 중소형사를 아우르는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그는 △대형 증권사의 IMA·발행어음 사업 인가 지원, 중형사의 단계적 발행어음 허용 확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며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펀드까지 확대하고 배당 소득세율을 추가 인하하는 세제 개선 △선택형·복수 기금 구조에 기반한 민간 운용 중심의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등을 밝혔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대표들을 직접 만나고 각종 행사마다 얼굴을 비치며 가장 적극적인 선거 운동을 해 온 이 후보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서 공개 질의한 내용에도 공식 답변을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이를 통해 이 후보는 “△자본시장의 질적 전환을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와 괴리된 국내 규제의 합리적 개선 △불완전판매를 구조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펀드판매절차 개선과 내부통제·소비자보호 체계의 정비 △사고이력관리제 도입 등을 통한 시장 자정 능력 강화 등이 필요하다”며 “협회장으로 선출된다면 정확한 진단과 책임 있는 실행을 기반으로 한국 자본시장의 품질과 회원사의 성장을 가시적으로 끌어올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황성엽 후보는 생산적 금융을 통해 자본시장을 국가 성장 플랫폼으로 만들겠다고 제시했다. 가계 자산의 증시·연금 시장 이동, 은행 중심 금융 구조의 자본시장 중심 전환, 자율 규제 기능 강화 등이다. 모험자본 범위 확대, 건전성 및 유동성 관리, RWA(위험가중자산) 규제 완화를 공약에 담았다. 황 후보는 “금투협은 정책 교두보이자 전략 플랫폼이 돼야 한다”며 “회원사와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며 변화의 길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홈플러스 사태는 황 후보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홈플러스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투자자들은 “신영증권에 대해 책임 있는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황 사장이 금투협 회장에 출마한 건 피해자들에 대한 기만”이라며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황 후보가 서 후보의 연임 도전을 비판하는 언론에 공식적으로 밝힌 네거티브(부정적) 선거 전략은 오히려 감점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황 사장의 장점은 온화한 인품이었는데 이번 기고를 보고 실망이 컸다”고 말했다. 실제 역대 금투협회장 선거에서는 후보자들의 부정적 선거 전략이 통하지 않았다.
한편 이번 금융투자협회장 선거는 18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 불스홀에서 열리는 임시총회에서 진행된다. 투표는 회원사의 규모와 회비 납부액 등에 따라 차등 적용된 비밀투표 방식으로 이뤄진다. 차기 회장의 임기는 내년 1월부터 2028년 12월까지 3년이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