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밸리 여행하며 '미래산업·기술' 탐방·체험
금천구 산업관광으로 경쟁력 높이기
‘디엔에이 산업’ 중심지로 도약 꾀해
“소리가 뒤에서 들리는 것 같아요.” “헤드폰을 끼고 있는 느낌인데요. 집중적으로 들려요.”
서울 금천구 가산동 갑을그레이트밸리 13층. 커다란 텔레비전과 연결된 스피커를 바꿀 때마다 화면 앞에 앉은 주민들마다 표정이 달라진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체험에 나선 주민들은 “놀라는 표정을 찍어놓을 걸 그랬다”거나 “집으로 가지고 가고 싶다”고 순간의 감동을 전했다. 올해 금천구 기업인상을 수상한 음향기기 전문업체 ‘제이디솔루션’이 보유한 세계 최고의 기술을 접한 참이다.
11일 금천구에 따르면 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보기술·패션산업 집적단지인 서울디지털산업단지(지밸리)와 산업관광을 엮어 지역경제 활성화와 경쟁력 높이기를 꾀하고 있다. 한국산업관광협회와 손잡고 주민부터 전문가 집단까지 맞춤형으로 기업 탐방과 기술 체험을 연계한다.
지밸리는 서울시내 유일한 국가산업단지다. 1960년대 대한민국 수출 전초기지였던 옛 ‘구로공단’이 2000년대 들어 첨단 산업단지로 탈바꿈했다. 1~3 단지 가운데 전체 면적 77%에 달하는 2·3단지가 금천구에 있다. 지난해 기준 1만5000개 기업이 입주해 있고 노동자 14만명이 근무하고 있다. 연간 생산 14조원, 수출 규모는 33억 달러다.
금천구는 특히 산업 현황에 주목한다. 정보통신과 인공지능 기업이 2754개로 서울시내 전체의 71%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전국으로 따져도 1/3이 넘는 35%가 지밸리에 입주해 있다. 구는 “지밸리 내 기업들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세계 각지로 뻗어나가고 있다”며 “디엔에이(Data Network AI) 산업 중심지로 도약하고 있어 서울의 미래산업을 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이 지난달 말 찾은 ‘제이디솔루션’도 그 중 하나다.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베스트 오디오 혁신상’을 수상했다. 올해 초에는 아프스(AFS) 오티톤메디컬 등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올해 들어서만 구 관계자를 비롯해 산업관광과 여행 분야 영향력자(인플루언서), 일본 나이지리아 중국 등 해외 기업과 지자체 학계 관계자 등이 지밸리 당일 여행을 했다. 서울시 출입기자들과 금천구 주민 등도 찾았다. 연말까지 주민과 대학 관계자 등이 추가로 첨단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지밸리 입주기업을 돕는 기업지원센터, 서울디자인주도제조혁신센터 등 창업·중소·중견기업 지원기관을 둘러볼 예정이다. 김수현 한국산업관광협회 해설사는 “방문할 때마다 한걸음씩 더 발전하는 기술을 접하고 놀란다”며 “주민들은 물론 전문가들까지 금천구가 기업을 운영하고 창업하기 좋은 곳이라고 입을 모은다”고 전했다. 최근 퇴사했다는 시흥동 주민은 “집 근처에서 창업이나 재취업을 하고 싶어 산업관광에 참여했는데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분야로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금천구는 지밸리 내 공공부지 개발을 추진해 공유 사무실과 새싹기업 공간, 기업지원을 위한 공공기관을 집적시켜 고밀도 기업성장 지원시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개발될 예정인 공군부대부지는 ‘인공지능 신산업 육성도시’로 조성해 지밸리와 연계할 계획도 있다. 규제완화를 통한 지밸리 입주제한 완화, 청년과 전문 인재 유입을 위한 정주 여건 개선 등도 구상 중이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2494개 디엔에이 기업이 입주해 있는 금천 지밸리는 기업 수가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두번째로 많다”며 “적극적인 행정 지원을 통해 기존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돕고 지속적인 기업 유입을 이끌어 서울 경제거점 4대 도시로 발돋움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