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금 잘 써야 많이 모인다
지정기부 사업에 국민 관심 몰려
일부 지자체 사용처 논란에 곤혹
올해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액이 14일 기준 98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모금액 879억원을 훌쩍 넘긴 액수다. 최근 대전시 등 일부 지역에서 기부금 사용처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지만, 주민복지와 재난구호 등 사용처를 미리 정해 모금하는 지정기부에서 모금액이 크게 늘었다. 기부가 연말 집중되는 점을 고려하면 모금액은 최소 지난해의 2배를 넘길 전망이다.
◆성과 낸 곳에 다시 기부 = 지금까지 모금 현황을 보면 그동안 기금을 활용해 성과를 낸 곳에 기부가 몰리는 모양새다.
전남 영암군은 지난 10월부터 시작한 ‘소아청소년과 운영’을 위한 고향사랑기부금 지정기부 모금 목표액 4억7920만원을 초과 달성했다. 국가정보자원개발원 화재로 10월 한달간 민간플랫폼 모금이 중단된 조건을 고려하면 상당한 성과다. 이미 지난해 기금을 활용해 24년 만에 소아청소년과 운영하며 고향사랑기부제도의 효능감을 제대로 보여주면서 올해도 기부의 손길이 이어진 것이다. 영암군은 공공산후조리원 의료장비 구입을 위한 지정기부 사업에서도 올해에만 2억1944만원을 모금했다.
2023년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첫해부터 지정기부를 시행해 눈길을 끌었던 광주 동구도 발달장애 청소년 E.T 야구단 지원사업에 이미 1억2000만원 넘게 모금했다. 3년째 진행 중인 이 사업은 2024년에는 8200만원을 들여 야구단 물품지원과 주말 재활활동 지원에 사용했고, 올해는 1억2800만원을 들여 발달장애인 야구대회를 개최하고 선수 발굴과 훈련 지원에 사용했다. 광주 동구는 이 사업을 포함해 광주극장 보존, 유기견 보호, 폭염 대비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 등 4개의 지정기부 모금액만 14일 기준 4억4990만을 넘어섰다.
성심당 빵을 동알하게 답례품으로 정해 모금을 한 대전시와 대전 중구 중 중구에 모금이 더 몰린 것도 사용처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중구는 올해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퇴소자 지원, 성범죄 피해 아동 심리 및 미래 지원, 어르신 치과 치료비 지원, 장애인 스포츠팀 환경 개선 등을 추진했다. 특히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퇴소자 지원 사업은 지정 기부 사업으로 모금을 추진해 총 1억6000만원을 모았다.
◆재난지역 지원에도 관심 = 올해는 특히 재난을 겪은 지역에 기부금 집중이 뚜렷하다. 이 또한 기금 사용처가 분명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북 영덕군은 올해 상반기 24억원을 모금하며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산불피해 지원을 위한 지정기부 효과가 컸다. 6월 말 기준 모금액 2위와 3위도 경북 산불피해지역인 의성(22억원)과 안동(16억원)이 차지했다. 이들 지역을 포함해 3~4월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된 8개 지자체 모금액은 모두 82억원으로 같은 기간 총 모금액(184억원)의 약 44.6%에 해당한다.
현재 고향사랑e음 지정기부 모금에서 가장 많은 모금액을 기록한 곳도 3월 산불피해에 이어 7월 집중호우 피해까지 겹친 경남 산청군이다. 산청군은 14일 기준 지정기부로만 3억3770여만원을 모금했다.
다만 일부 지방정부는 기금 사용처를 두고 홍역을 치르고 있다. 대전시는 최근 7억원을 들여 엑스포한빛탑 앞에 홀로그램·야간조명 기능을 갖춘 시계탑을 조성하는 계획을 세웠다가 시의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제도 취지와 동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전 서구도 내년도 기금 활용안으로 고엽제전우회 서구지회 차량 교체(7600만원) 사업을 제출했지만 구의회가 이를 잠정 삭감한 상태다. 부산 사상구가 올해 1억2000만원을 들여 재첩국아지매 동상을 제작·설치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김재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고향사랑기부금이 법 취지에 맞게 쓰이도록 기금사업 전반을 재정비하고, 기금 운용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회복해 기부자의 선의가 지역의 필요에 정확히 닿도록 책임 있게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