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연은 총재 11명 연임…독립성 방어

2025-12-15 13:00:07 게재

트럼프, 연준 의장 후보로

해싯·워시 거론해 정책변수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의 연임을 조기에 승인하며 인사와 관련된 정치적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 다만 차기 연준 의장 인선이 아직 확정되지 않으면서, 통화정책의 방향과 연준 독립성을 둘러싼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

블룸버그 1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연준 이사회는 임기 만료를 앞둔 지역 연은 총재 12명 가운데 11명에 대해 임기 5년의 연임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애틀랜타 연은의 래피얼 보스틱 총재는 은퇴를 예고해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역 연은 총재는 각 지역 은행 이사회가 선임하지만, 최종 승인 권한은 연준 이사회가 갖는다.

이번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을 향해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연준 이사 해임 가능성까지 거론하던 상황에서 나왔다. 블룸버그는 백악관이 지역 연은 총재 연임 절차를 문제 삼아 향후 인사에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고 전했다. 연준 이사회가 연임을 일괄 승인하면서, 이런 방식의 즉각적인 개입 가능성은 차단됐다.

시장에서는 이제 시선이 차기 연준 의장 인선으로 옮겨가고 있다. 제롬 파월 의장의 임기는 2026년 5월에 끝난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케빈 해싯(Kevin Hassett)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케빈 워시(Kevin Warsh) 전 연준 이사를 함께 검토하고 있다. 아직 최종 후보는 정해지지 않았다.

골드만삭스 매크로 트레이딩 팀은 최근 메모에서 이 같은 의장 후보 거론이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을 점검했다. 골드만은 “해싯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금리 시장의 반응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후보 거론만으로는 통화정책 경로가 바뀔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골드만은 연준이 최근 노동시장을 이전보다 더 약하게 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준은 월간 비농업 고용 증가가 통계상 약 6만명 과대계상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5월부터 9월까지 발표된 월 4만명 안팎의 고용 증가는 실제로는 약 2만명 감소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이는 연준이 고용 둔화 위험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골드만은 해싯이 의장이 될 경우에도 연준이 생각하는 ‘중립 금리’ 범위 자체가 크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쪽에 정책이 머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쉽게 말해, 금리를 다시 올리기는 쉽지 않고, 필요하면 더 내릴 여지는 남아 있다는 뜻이다.

연준 독립성을 보다 구조적으로 바라본 쪽은 TS롬바드의 스티븐 블리츠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다. 블리츠는 연준이 최근 단기 국채를 다시 사들이기 시작한 점을 지적했다. 연준은 재무부 일반계정(TGA) 잔액 증가에 대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블리츠는 이를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금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연준이 뒷받침에 나선 것으로 해석했다.

블리츠는 연준이 단기 국채를 사들이며 단기 금리를 정책금리에 묶어두면, 정부가 많은 돈을 써도 시장 금리가 이를 경고 신호로 보여주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구조에서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경계가 흐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블리츠는 차기 연준 지도부 체제에서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시장 원칙을 중시하는 철학과 달리, 실제 정책 운용에서는 재무부 자금 조달과 금융시장 안정을 우선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연준이 독립적으로 금리를 조정하기보다는, 정부 재정 운용과 보조를 맞추는 역할이 강화될 수 있다고 봤다.

연준은 지역 연은 총재 연임을 통해 인사 문제로 불거진 독립성 논란은 일단 정리했다. 그러나 차기 연준 의장이 누구로 결정되느냐에 따라 금리 정책의 속도와 방향, 그리고 연준이 정부로부터 얼마나 거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다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인사는 정리됐지만,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아직 남아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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