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입사 첫날부터 스톡옵션 부여
‘베스팅 절벽’ 제도 없앴다
인재영입 경쟁에 파격보상
인공지능(AI) 기술을 선도하는 오픈AI가 입사 첫날부터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새로운 보상 제도를 시행한다. 이로써 일정 기간 재직 후에야 주식을 지급하던 기존의 ‘베스팅 절벽(vesting cliff)’ 제도는 완전히 사라진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픈AI 애플리케이션 부문 CEO 피지 시모의 사내 공지를 인용해 입사 첫날부터 스톡옵션이 부여되는 새로운 보상 정책이 도입됐다고 보도했다. 기존에는 최소 12개월 재직 후에야 첫 주식이 확정됐고, 지난 4월 이를 6개월로 줄였지만 이번에는 이마저 완전히 폐지했다.
‘베스팅 절벽’은 주식 보상이 일정 기간 이전에는 전혀 지급되지 않도록 한 고용 조건이다. 일정 기간 이내에 퇴사하거나 해고되면 주식을 한 주도 받을 수 없게 만든 구조다. 이는 단기 근무자에게 보상을 주지 않기 위한 장치였지만 동시에 직원에게 불안감을 줬다. 시모 CEO는 이번 조치가 “신규 직원들이 해고에 대한 두려움 없이 도전하고 혁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정책 변경은 AI 인재를 둘러싼 글로벌 기술 기업 간 경쟁이 얼마나 격화되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메타, 구글, 앤트로픽 등은 상위 AI 연구원에게 1억달러(약 1400억원) 이상의 보상 패키지를 제시하며 인재를 유치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스타트업 전체 인수나 경쟁사 핵심 인력 스카우트도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픈AI는 메타나 구글처럼 현금을 앞세운 인재 확보가 어렵다. 챗GPT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으나 수익 모델이 아직 안정되지 않았고 데이터센터와 인프라 유지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회사는 미래 가치가 높은 자사 주식을 활용해 인재를 붙잡는 전략을 선택했다.
WSJ이 입수한 투자자 문서에 따르면 오픈AI는 올해만 주식 기반 보상에 약 60억달러를 지출할 예정이다. 이는 예상 매출의 절반에 달하는 수치다. 회사는 고급 인재를 유치하고 이탈을 막기 위해 단기 보너스 지급과 조건 없는 스톡옵션 제공을 병행하고 있다.
기술 업계 보상 정보를 분석하는 플랫폼 레벨스.FYI의 자히르 모히우딘 공동창립자는 “베스팅 절벽은 이제 구시대의 제도”라며 “경쟁력을 높이려는 기업들이 이를 잇따라 폐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xAI도 최근 비슷한 결정을 내렸다. WSJ 보도에 따르면 xAI는 채용 수락률을 높이기 위해 베스팅 기간을 줄였고 이후 입사 결정이 늘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또 다른 문제를 동반한다.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고급 인재에게는 천문학적 보상이 집중되는 반면 단순 업무나 초급 개발 직무는 구조조정의 타깃이 되고 있다. ‘베스팅 절벽’ 폐지 결정은 AI시대 인재를 둘러싼 가치 평가 방식이 전환점을 맞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