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공판 ‘단독관할’ 전환될까

2025-12-15 13:00:13 게재

사건 과부하·재판지연 목소리

법원조직법 개정안 ‘심사 중’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범죄(보이스피싱)가 증가하면서 관련 공판이 형사합의부에 집중돼 재판 지연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전기통신금융사기 사건의 1심 관할을 합의부에서 단독판사로 전환해 신속 심리를 가능하게 하자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된 가운데 연내 처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15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집계된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죄 발생 건수는 2만1588건, 피해액은 1조133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만8676건, 7257억원과 비교해 범죄 건수와 피해액 모두 증가한 수치다. 특히 건당 피해 규모까지 확대되면서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피해 회복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피해 범위가 광범위해 재판과 그에 따른 집행이 지연될 경우 피해자 구제가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2023년 11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으로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죄의 법정형이 징역 1년 이상으로 상향되면서, 기존에 단독판사가 맡건 사건 상당수가 형사합의부 관할로 전환됐다. 이로 인해 합의부 사건 적체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법원 안팎의 분석이다.

◆보이스피싱 범죄, 합의부로 몰려 =

법원행정처는 지난 9월 정기국회 시작을 전후에 수차례 국회를 찾아 전기통신금융사기 사건이 형사합의부로 집중되면서 재판 지연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1심 관할을 단독판사로 조정할 필요성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행정처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사건이 합의부 사건이 되면서 기일 지정 순위에서 밀리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에는 관련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복수로 계류돼 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3명은 지난 10월 2일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죄 등 단독판사 심리가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사건을 대법원규칙으로 정해 단독관할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11월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돼 소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앞서 1월에는 박희승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도 제출됐다. 이 법안 역시 보이스피싱 사건을 단독판사 관할로 돌려 신속한 심리를 가능하게 하자는 취지로 지난 9월 법사위 소위원회에 회부돼 있다.

의원들은 법개정 제안 이유로 “법정형 상향으로 사실관계가 비교적 단순하고 전형적인 사건까지 합의부가 맡게 되면서, 사회적으로 중요하고 난도가 높은 사건을 담당해야 할 합의부 재판 부담이 과중해졌다”며 “그 결과 민생 사건 처리와 피해 회복이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 내부에서도 보이스피싱 사건은 현금 수거책·전달책·인출책 등 구조가 단순해 단독판사 심리로도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법원조직법 연내 개정 속도 = 정부와 여당은 지난 9월 보이스피싱 범죄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정기국회에서 관련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입법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민주당 보이스피싱 대책 테스크포스(TF)는 9월 25일 “피해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예방과 재발 방지 대책을 신속히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입법화를 예고한 바 있다.

10월 정기국회 기간 중 법원조직법 개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다른 현안과 여야 간 정치적 대립 속에 우선순위에서 밀리며 아직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당 한 관계자는 “특별히 지연되는 사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의원들과 관계 기관 간 세부 조율 과정”이라며 “이견은 크지 않아 조율이 마무리되면 최대한 빨리 처리하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용민 의원실 역시 “보이스피싱 범죄들 단독관할로 가능하게 하는 법안으로, 현재 관심 법안 중 하나”라며 “가능한 신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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