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질환 초음파 치료
초음파로 뇌노폐물 배출, 치매 치료 혁신
알츠하이머 정상압수두증 등 뇌질환 정면 돌파 … “치료 중 부작용 없어”
제약바이오 및 의학의 발전 등으로 만성질환 극복의 길이 확장되고 있다. 암질환 심장질환에 대해 항암제, 스텐트·카테터 기법 등으로 어느 정도 극복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뇌질환은 아직 오리무중에 놓여있다. 일단 진단이 잘 안되고 치료 접근 자체가 어렵다. 이러한 까닭에 특히 노인인구 증가로 인한 알츠하이머 치매 등 뇌질환 발생자가 더 많아지고 개인적 사회적 힘겨움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24년 65세 이상 노인인구 약 995만명 가운데 91만명이 치매 환자로, 치매관리 비용은 24조5906억원을 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초음파를 활용한 치매 치료 의료기기가 개발돼 치매 등 뇌질환 치료에 게임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 초고령사회 고민거리 중 하나가 해결될지 주목된다. 관련해서 해당 의료기기를 개발한 딥슨바이오 이동혁 대표에게 관련 제품 등에 대해 물었다.
초음파로 뇌의 노폐물을 배출시켜 치매 등 뇌질환을 치료하는 의료기기가 개발됐다. 개발사 딥슨바이오는 저강도 저주파 초음파 자극기를 활용해 뇌질환 치료를 목표로 한다. 현재는 알츠하이머 치매 정상압수두증 같은 만성뇌질환을 대상으로 확증 임상단계에 있다.
이동혁 딥슨바이오 대표는 “암 심장 뇌질환이 3대 난치병이다. 암과 심장은 다양한 기술과 약물로 어느 정도 극복 가능해졌지만 뇌질환은 아직 치료법이 거의 전무한 상황”이라며 “치매 치료용 초음파기기가 치매치료 솔루션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16일 밝혔다.
◆뇌림프계 노폐물 배출 촉진 장치 = 딥슨바이오는 2018년부터 연구 개발을 진행해 2021년 특허등록된 ‘복수의 트랜스듀서가 상호 교호적으로 초음파를 조사하는 것을 이용한 뇌림프계의 노폐물 배출 촉진 초음파 장치’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저주파 초음파를 이용해 치매의 원인으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 등 뇌 노폐물의 배출을 촉진하는 게 핵심이다. 이러한 초음파 기술은 비침습적·비약물적 접근방식이기 때문에 기존 치료법에서 제기된 뇌혈관장벽 교란, 알레르기 반응, 뇌출혈 등 안전성 문제를 완화했다. 정상압수두증 등 퇴행성 뇌질환 전반에도 활용될 여지도 크다는 장점이 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치매는 노폐물 축적으로 인해 발생한다. 하지만 뇌는 혈관장벽(BBB)으로 인해 약물 투입도 어렵다. 최근에서야 노폐물이 어떻게 배출되는지 밝혀졌다. 2015년부터 림프관을 통해 뇌척수액(CSF)이 배출된다는 것이 알려졌다.
딥슨바이오는 이 순환을 도와 노폐물을 제거할 수 있다면 치매치료에 근본적인 접근이 가능할 수 있겠다는 점에 착안했다.
기존 초음파 기술은 아주 작은 부위(5~7mm)만 자극하기 때문에 쥐 실험에서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사람에게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뇌 전역에 미세한 자극(무브먼트)을 줄 수 있는 방식이 필요했고 딥슨바이오는 그 기술을 개발했다. 현재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 중이고 단기간 내 20% 이상의 인지기능 향상도 확인됐다.
◆기존 치료법, 부작용 크고 진행속도 지연 수준 =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에 승인을 받은 약물들은 노폐물이 생성되는 것을 억제하거나 제거를 시도한다. 하지만 항원-항체 반응에 따른 부작용이 크고 효과도 ‘진행 속도를 지연시키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대표는 “반면 저희 기기(뉴클레어)는 부작용이 없이 인지기능 향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치매 초기 환자뿐만 아니라 기존 치료제 대상에 제외됐던 ‘아포지단백 E4’ 환자에게도 큰 효과가 관찰되고 있다. ‘아포지단백 E4’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알츠하이머 발생이 다른 사람보다 최대 10~15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약 140명 규모의 다기관 임상이 진행 중이다. 내년 상반기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 대표는 “단기 치료를 중점으로 보기 때문에 결과 도출이 빠르다”며 “임상이 마무리되면 국내 수가 등록과 함께 예방치료 분야로도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딥슨바이오의 이런 기술은 세계 최초이다. 뇌척수액의 흐름을 물리적으로 개선해 노폐물을 배출시키는 방식은 기존에 없었다. 현재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이다. 일본 치매학회에서도 관심을 갖고 공동 임상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임상시험 마무리, 상용화 앞당겨 = 다른 질환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이 대표는 “정상압수두증, 뇌졸중 재활, 우울증, 수면장애, 코마 환자 회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효과를 보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특히 정상압수두증 환자에게는 수술 없이도 큰 효과를 봤다. 3회 치료 후 종종 걸음 등 걸음걸이와 균형이 개선된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딥슨바이오는 이 기술을 활용한 치매 치료용 의료기기 뉴클레어(Neuclare)를 독자개발해 탐색임상을 완료한 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확증 임상시험 승인을 받아 분당서울대병원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이대목동병원 이대서울병원 순천향대천안병원 인하대병원 가톨릭대성빈센트병원 등 7개 거점 병원에서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딥슨바이오는 지난 3일 서울 코엑스에 열린 ‘2025 대한민국 발명특허대전’에서 최고의 영예인 대통령상을 단독 수상했다. 대한민국 발명특허대전은 국내 우수기술과 특허제품을 발굴 시상한다. 기술 및 특허제품의 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지식재산처가 주최하고 한국발명진흥회가 주관해 매년 개최되는 국내 최대 규모 지식재산권 시상행사다.
이 대표는 “이번 대통령상 수상은 치매 치료용 초음파기기가 치매 치료 솔루션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는 잠재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라며 “현재 진행 중인 뉴클레어의 확증임상을 조속히 완료하는 등 상용화를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조기 진단시스템과 결합, 중증화 예방 필요 = 이 대표는 기업 운영 외 의료기기 인허가 전문가로 활동해 왔다. 인공와우 맘모그라피 영상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의료기기 인허가를 경험했다. 길병원 의료기기센터에서 200여개 기업을 지원해왔다. 학생들에게도 인허가 강의를 하고 있다. 이 대표는 “기업에게는 ‘나는 새롭지 않다’는 전략을 강조한다. 인허가에서는 기존 기기와 유사하다는 점을 증명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료개발 기술은 매우 앞서 가고 있다. 하지만 제도적으로 아직 보수적이다. 미국은 디지털치료제도 임상 효과만 있으면 수가도 인정해 준다. 이 대표는 “새로운 치료기전이 등장했을 때 좀 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래야 치매 같은 사회적 부담이 큰 질환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데 어려움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뉴클레어도 치매 중증에 대해서는 효과적이지 않다. 때문에 단층촬영(PET)이나 혈액검사 등 조기 진단과 결합해 치매 초기 치료 성공가능성을 높이고 중증을 예방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딥슨바이오의 혁신적 접근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초고령사회가 마주한 뇌질환이라는 난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인지기능 향상, 예방적 접근, 무부작용 치료라는 3박자를 갖춘 이 기술이 상용화에 잘 안착할지 주목된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