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넥스트레이드와 경쟁 본격화
인하 첫날, NXT 거래 37% 급감
내년 2월 13일까지 한시적 적용
한국거래소가 주식 거래 수수료를 20~40% 인하하며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NXT)와의 경쟁을 본격화했다. 인하 첫날 넥스트레이드의 거래대금은 37%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수수료 인하 조치는 내년 2월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다만 이번 인하로 유의미한 효과를 거둘 경우엔 수수료 인하 조정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두 거래소 간 수수료 인하 경쟁이 본격화될 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전일부터 내년 2월 13일까지 두 달간 주식 거래 수수료를 일시적으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현재 0.0023%인 단일 수수료를 차등 요율로 변경해 지정가주문 0.00134%, 시장가격주문 0.00182%를 적용하게 된다. 이는 기존 대비 20~40% 낮아진 수치로 대체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와 동일한 수준이다. 차등 요율제는 지정가와 시장가 등 주문 유형에 따라 다른 수수료율을 적용해 투자자들의 거래 비용을 차별화하는 것을 말한다.
거래소는 이번 인하 조치가 투자자의 거래 비용 절감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거래소의 수수료율 한시 인하 조치가 넥스트레이드와 수수료율 가격 경쟁력을 차단, 넥스트레이드의 가파른 성장에 대응하기 위한 견제로 해석했다.
넥스트레이드는 출범 9개월 만에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넥스트레이드의 수수료율은 지정가 0.00134%, 시장가 0.00182%다. 공격적인 수수료 인하 정책과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 등 유연한 거래시간 등으로 거래량이 급증했다.
지난 10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13조3158억원으로 거래소의 약 49.4%를 차지했다. 같은 달 기준 정규시장의 최근 6개월 일평균 거래량은 한국거래소의 15.66%에 달하며 ‘15% 룰’ 한도를 넘었다.
이 같은 성장세는 거래소 수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올 상반기 거래소 수수료 수입은 전년 동기보다 19% 감소했다. 현재 증권사 최선주문집행(SOR) 시스템은 투자자가 거래소를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수수료와 체결 가능성 등을 비교해 주문이 자동 배분된다. 넥스트레이드는 유동성 열세에도 불구하고 낮은 비용이라는 확실한 비교 우위를 점하면서 SOR 주문 배분에 유리한 입지를 구축했다.
하지만 거래소와 비용 격차가 소멸할 경우 SOR 알고리즘상 판정 기준이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에 우위를 둘 것으로 예상되고, 결국 압도적 주문 물량을 보유한 거래소가 우위를 점할 것이란 예상이다.
실제 거래소의 주식 거래 수수료 인하 첫날 넥스트레이드 정규장 거래대금은 전일보다 3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넥스트레이드에 따르면, 이날 프리마켓(오전 8시~8시 50분)과 메인마켓(오전 9시~오후 3시 20분) 거래량은 각각 4314만696주, 7629만1752주로 집계됐다. 이는 12월 1~14일 평균과 비교해 프리마켓 거래량은 38.2% 증가한 반면, 메인마켓 거래량은 10.6% 줄어든 수치다.
거래대금도 엇갈렸다. 이날 프리마켓 거래대금은 1조7507억원으로 12월 1~14일 평균(1조4968억원)보다 17.0% 많았다. 반면 메인마켓 거래대금은 3조4151억원으로, 12월 1~14일 평균(5조4251억원) 대비 37% 급감했다.
넥스트레이드 측은 당분간 거래 추이를 살피며 대응 방안을 살피겠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넥스트레이드가 시장에 안착한 만큼 이제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며 거래시간 연장도 추진 중이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