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던 지하보도 청소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2025-12-16 13:00:12 게재

관악구 관문에 ‘언더그라운드 관악’

봉천고개 일대가 ‘걷고 싶은 거리’로

“30년쯤 전에 이사 오고 보니 있었어요. 음침하고… 우범지대 느낌? 누가 쫓아올까 싶어 후다닥 뛰어다녔어요.”

서울 관악구 청림동 주민 김문순(60)씨는 “며칠 전에 와봤는데 너무 환해져 깜짝 놀랐다”며 “돈 좀 들이나보다 했는데 이렇게 쾌적하게 바뀔 줄 몰랐다”고 말했다. 김씨는 “청소년 문화공간이라면 날씨와 무관하게 볼거리가 생기는 것 아니냐”며 “산 밑에서 하는 시니어 에어로빅도 옮겨 오고 싶다”고 덧붙였다.

16일 관악구에 따르면 김문순씨가 사는 청림동과 큰 길 건너편 성현동을 잇는 ‘관악로 지하보도’가 청소년을 비롯해 전 세대를 위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구는 특히 청소년을 위한 공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춤 연습과 작은 공연까지 가능한 공간으로 바꿨다. ‘언더그라운드 관악(UNDERGROUND GWANAK)’이다. 박준희 구청장은 “생애주기별 맞춤형 공간을 확대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청소년 시설에 집중하고 있다”며 “기부채납 시설 등을 활용해 지속적으로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박준희 구청장과 주민들이 ‘언더그라운드 관악’ 준공을 축하하는 청소년들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 관악구 제공

관악로 267~268에 위치한 지하보도는 지난 1998년 조성됐다. 길이 34m 폭 7.4m 규모로 두 동네를 잇는 지름길이다. 조성 이후 해가 거듭 지나면서 시설이 낡고 이용 인구가 줄어 안전 문제가 제기됐다. 주민들은 “음침하고 먼지가 쌓여 밤에는 물론 낮에도 통행하기 두렵다”고 호소했다. 구는 주민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는 동시에 단순한 통로 기능을 넘어 생활 속 문화공간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지난 2023년부터 낡은 구조물과 어두운 내부 환경을 생활 속 문화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설계에 착수했다. 그해 7월 서울시 ‘생활감성도시’ 공모에 선정되면서 길이 열렸다. 첫해 계단 두곳, 지난해 경사로 두곳과 덮지붕(캐노피)을 정비했다. 4개 출입구 가운데 양쪽 방향 한곳씩은 경사로라 휠체어·자전거 이용자나 유아차를 끄는 주민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특히 덮지붕은 철제 특과 투명 유리를 사용해 개방감을 높였다.

올해는 벽면과 바닥 천장 소재를 교체하고 내부를 다듬었다. 벽면은 밝은색으로 바꿨고 조명을 추가해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환해졌다. ‘언더그라운드 관악’ 표지판은 노란색이라 생동감을 더한다. 의자와 탁자 식물도 함께 배치해 주민들이 잠시 머물며 휴식을 취하거나 소모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한쪽 벽에는 대형 거울을 달고 나무 바닥으로 무대를 꾸몄다.

준공식에는 박준희 구청장과 주민 외에도 청소년 춤꾼들이 참여해 공간 쓰임새를 짐작하도록 했다. ‘웰보스크루’ 회원 가운데 청소년부가 ‘광대들의 축제’를 선보여 ‘엄빠(엄마아빠) 미소’를 이끌어 냈다. 현장에서는 탈의실을 추가하자거나 자치회관 프로그램과 연계해 공간 활용도를 높이자는 즉석 제안도 나왔다. 한연희(63·성현동)씨는 “길 건너 청림동이 한층 가까워졌다”며 “안전하게 바뀐 지하보도를 유지하는 데 주민들이 역할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관악구는 이달부터 ‘대관 신청제’를 도입해 주민들이 ‘언더그라운드 관악’에서 여가를 즐기도록 하고 있다. 구 누리집이나 현장에 설치된 정보무늬(QR코드)로 신청하면 된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관악구 관문인 봉천고개 일대가 ‘걷고 머물고 싶은 길’로 바뀌어 뿌듯하다”며 “주민 삶과 가장 가까운 공간부터 혁신해 더 안전하고 쾌적한 도시로 도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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