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폐지는 대법원 권위 도전”

2025-12-17 13:00:02 게재

정근식 교육감, 대법 심리 중 재차 통과에 강력 반발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16일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정치 논리로 학교 현장에 큰 혼란과 상처를 주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정 교육감은 이날 오후 조례안 통과 직후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절차를 거쳐 재의를 요구하고 나아가 대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16일 조례안 통과 직후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절차를 거쳐 재의를 요구하고 나아가 대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서울시교육청 제공

서울시의회는 이날 제333회 정례회 4차 본회의에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 재석 의원 86명 가운데 찬성 65명 반대 21명으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전원 찬성했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이번 폐지안은 지난해 4월 의원 발의로 시의회를 통과했던 폐지안과 사실상 동일한 내용이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이 재의를 요구했으나 다시 의결됐고 교육청은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이를 인용해 조례 폐지 효력을 정지시켰으며 본안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정 교육감은 “무효 확인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서울시의회가 재차 폐지안을 통과시킨 것은 대법원의 권위에 도전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법원이 학생인권조례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하루빨리 심의해야 한다”며 “어떻게 보면 대법원이 이 문제를 너무 오래 끌고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2년 주민발의로 제정된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이 성별 종교 나이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와 의사 표현의 자유 소수자 학생 보호 체벌 금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통과는 교육 공동체의 상호 존중과 협력의 기반을 허물어뜨린 것”이라며 “학생인권에 대한 오해와 편견만을 반영한 극단적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인권과 교권은 상호 존중과 책임의 원칙을 기초로 충분히 양립 가능하며 보다 나은 공교육으로 나아가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다”며 “이를 대립적 구도로 설정하고 조례 폐지를 정당화하는 것은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교육청이 재의를 요구하더라도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 재적 시의원 과반수가 출석하고 출석 의원 2/3 이상이 찬성하면 다시 의결할 수 있는데 현재 서울시의원 111명 가운데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75명이다.

조례안이 다시 의결되면 서울시교육청은 또다시 대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낼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같은 조례를 둘러싼 폐지 판단 두 건이 동시에 대법원에 올라가게 된다.

이날 서울시의회 인근에는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반대하는 정의당 녹색당 등 정당과 시민단체의 집회도 잇따라 열렸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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