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8개 전품목 물가관리…‘가격·수급’ 관리책임자 둔다

2025-12-17 13:00:02 게재

관계부처 차관급 10여명 담당자 지정

역대정부도 ‘품목 관리제’ 반복했지만

용량줄이기 등 꼼수인상 논란 부르기도

정부가 소비자물가를 구성하는 458개 전 품목을 관리하기 위해 차관급 물가안정책임관을 10명 이상 지정한다. 최근 고환율로 수입물가가 1년7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범정부 차원에서 물가 관리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1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소비자물가를 구성하는 458개 전 품목을 대상으로 물가안정책임관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각 부처 차관이 소관 품목의 가격·수급을 점검하고 책임지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농·축산물은 농림축산식품부, 수산물은 해수부, 전기요금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석유류는 산업통상부가 담당하겠다는 것이다. 전 품목을 지정할 경우 소관 부처는 10개가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최근 물가 불안에 대응하는 정부의 강한 위기감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오른쪽)이 지난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년 대도약하는 경제, 신뢰받는 데이터’ 기획재정부(국세청·관세청·조달청)-국가데이터처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질문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이형일 기재부 1차관, 임광현 국세청장.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실제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세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지난 11월 수입물가지수는 전달보다 2.6% 상승했다. 올해 7월부터 5개월째 오름세가 이어졌으며, 지난달 상승률은 작년 4월(3.8%) 이후 1년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수입 물가는 수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로 전이된다. 최근까지 수입물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는 말은 앞으로도 몇 개월은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란 뜻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작년 동월보다 2.4% 올라 두 달 연속 2%대 중반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2.9% 상승해 작년 7월(3.0%) 이후 1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다.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등이 전체 물가를 크게 끌어올렸다. 상대적으로 환율변수에 민감한 품목들이다.

한편 역대 정부도 물가 불안 때마다 품목별 물가 관리 방식을 도입해왔다. 윤석열정부는 2023년 11월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를 가동하고 각 부처 차관을 물가안정책임관으로 지정했다. 2012년 이명박정부도 물가 관리 책임 실명제를 운영했다.

하지만 정부의 물가 관리가 역효과를 부르기도 했다. 정부가 물가를 직접 압박하자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용량을 줄이거나 품질을 떨어뜨리는 ‘꼼수 인상’이 이어지기도 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유통 이윤 담합·카르텔을 조사하겠다는 구두 개입이나 수급 안정 모니터링이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 11일 신년 업무보고에서 부처별 차관급들이 물가안정책임관으로서 농·축·수산물과 가공식품 등 소관 품목들의 관리를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수급관리·할인지원·할당관세 등 가용수단을 총동원하고 담합 방지·유통구조 개선·생산성 강화 등 근본적인 물가안정 대책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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