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값경쟁 막은 수도권주류협회, 2심 패소

2025-12-17 13:00:14 게재

서울고법 “공정위, 공급가격 경쟁제한 시정명령 정당”

“과징금 기준율 10% 적용 … 재량권 일탈·남용 없어”

서민들이 즐겨 찾는 소주·맥주 등의 공급가격 경쟁을 막은 수도권 주류도매업협회 4곳에 대해 행한 행정청의 과징금 처분은 정당하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이들은 국내 전체 종합주류도매업 시장의 50%를 초과하는 수도권 시장에서 약 10년에 걸쳐 도매업자들이 거래처 확보경쟁을 못하게 막아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수도권(서울·인천·경기북부·경기남부) 종합주류도매업협회 4곳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과징금 부과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행위는 원고들이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공정거래 사건은 공정위 판단이 1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서울고법에서 2심을 맡는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1월 1일 10년 넘도록 가격 경쟁을 막고 서로의 거래처를 빼앗지 못하게 한 수도권 4개 주류협회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억45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협회가 2013년 7월 ‘수도권 주류유통정상화위원회’ 운영규정을 만든 뒤 2014년 7월부터 이직한 직원은 2년간 전 근무지의 거래처를 확보하지 못하게 막는 등 이른바 ‘선거래제 원칙’의 제재 조항을 운영규정에 포함시켜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규정을 위반했다고 봤다. 또 2022년 10월부터는 다른 회원사의 거래처를 확보한 회원사가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의무화했다는 것이다.

주류협회는 “회원사를 직접 구속하는 행위를 한 적이 없다”며 “자금력이 우월한 소수의 업체가 가격인하를 통한 거래처 확보방지를 통해 영세업체의 생존권을 보호한 순기능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정위의 조사가 개시된 후 이 사건 운영규정을 스스로 폐지했다”며 “원고들의 자본금 부채비율이 137%에서 500%까지 매우 높아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들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직한 직원은 2년간 전 근무지의 거래처를 확보할 수 없게 한 것은 회원사들의 거래 상대방 선택을 제한하는 것으로 가격경쟁을 사실상 제한하는 것”이라며 “원고들은 어떤 회원사가 다른 회원사들의 거래처를 자신의 거래처로 확보한 경우 그 회원사에게 그 거래처에서 발생한 직전 2개월 매출액을 배상금으로 지급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기존업자들의 기득권을 보호했다”고 짚었다.

이어 “원고들은 이 사건 운영규정을 각 회원사에 통지함으로써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을 지속적으로 알려왔다”며 “개별 구성사업자들에게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줄 수 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정위는 원고들 대부분의 부채비율이 200% 넘는 점 등을 고려해 과징금 부과기준율 10%를 적용하고, 또 추가로 10%를 감경했다”며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한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 관계자는 “수도권 협회 같은 권역별 위원회 조항은 공정위 조사개시 후 운영규정에서 삭제했다”며 “다만 국세청의 정책이나 법집행 동향 등을 협회에 공유해 줄 뿐, 개별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수도권 주류협회 관계자는 “현재 판결문 면밀히 검토 중”이라며 “대법원 상고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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