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AI교과서, 시범운영 한번 없이 강행”

2025-12-17 13:00:26 게재

학생 학부모 교사 등 외부 의견수렴 ‘전무’

시도교육청에 ‘보통교부금 부담’ 일방 통보

‘AI디지털교과서 도입 관련 감사’ 결과 발표

윤석열정부에서 추진된 AI디지털교과서 도입 과정에서 교육부가 ‘2025학년 모든 학교 의무도입’ 목표에 매몰돼 의견수렴이나 시범운영, 재정 협의 등의 절차들을 모두 생략하고 강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17일 감사원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관련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매년 1조원 이상의 구독료가 소요되는 AI디지털교과서 사업을 학생, 학부모, 교사 등 의견수렴 및 시범운영도 없이 추진하면서 교육현장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월 교육부는 ‘2025년 AI디지털교과서 도입’ 계획을 발표한 후 외부 의견수렴 없이 내부회의만 거쳐 일정을 확정했다. 같은 해 2월과 6월 두 차례 기본계획 발표 전에도 당사자인 학생·학부모·교사 등으로부터 도입 시기나 의무도입 여부 등에 대한 의견수렴은 전무했다.

‘모든 학교 의무도입’ 방침도 발행사에만 먼저 알리면서 문제가 됐다. 추후 교육부가 의무도입을 공식화하자 이에 반대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자율선정’하도록 바뀌었고, 이에 반발한 발행사들이 취소소송을 제기하자 다시 국회에서 ‘교육자료화’하는 법안이 통과되는 상황이 전개되기도 했다.

시범운영 생략 및 현장적합성 검토 부족도 주요 문제로 지적됐다. 교육부는 2024년 시범운영을 거쳐 전면 도입하겠다고 했으나 개발기간 부족을 이유로 시범운영을 생략하고 ‘현장적합성 검토’를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개발 지연으로 실제 수업현장 적용 없이 표기·표현 오류 검토와 기능 안정성 테스트 등을 실시 검토하는 것으로 대체됐다.

그 결과 2025년 AI디지털교과서 자율선정 학교의 활용률 점검에서 단 1회도 접속하지 않은 학생 비율은 평균 60%에 달했다. 전체 평균 활용률은 8.1%에 그쳤다. 교사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미활용 또는 중단 비율이 85.5%로 나타났으며 미활용의 주된 이유는 ‘단순히 서책을 디지털화한 수준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아서’였다.

교육부는 AI디지털교과서가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사업임에도 기술규격문서 등 기술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채 검정실시공고를 강행했다. 발행사들은 기술기준 없이 개발을 진행하다가 뒤늦게 제공된 기술기준에 따라 시스템을 재설계하면서 개발 일정 차질과 품질 저하를 겪었다.

예산 분담과 관련해서도 교육부는 시·도교육청과 협의 없이 보통교부금으로 AI디지털교과서 구독료를 부담하도록 일방적으로 통보하며 지방교육재정에 부담을 줬다. 시·도교육청의 협의 요청에도 2024년 11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 등 개정으로 구독료를 시·도교육청이 부담하도록 조치했다. 구독료는 △2025년 3361억원 △2026년 5421억원 △2027년 8634억원 △2028년 1조732억원으로 추계됐다.

이번 감사는 지난 2월 △교육부의 2025학년도 AI디지털교과서 도입 과정의 적정성 △검정 과정의 공정성·투명성 등에 대한 국회의 감사 요구에 따른 것으로 감사원은 사실관계 규명을 위해 지난 6월 교육부 등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했으며 총 6건의 주의 조치를 내렸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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