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분리에 실망한 기재부…'닮고싶은상사' 투표 반전결과
‘안닮상’에 구윤철 부총리 … 과거엔 '닮상’에 누적 3번 선정
물러난 박금철 전 세제실장 ‘닮상’ 선정 … 인사 불이익 논란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획재정부 직원들이 뽑은 ‘닮고 싶지 않은 상사’에 이름을 올렸다. 기재부 조직 분리에 따른 조직위상 저하와 직원들의 실망감 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재부는 내년부터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된다.
18일 기재부 노동조합이 집계한 ‘2025년 닮고 싶은 상사’ 선정 결과다. 올해 국장급 이상 닮고 싶은 상사(닮상)에는 박금철 전 세제실장과 강영규 재정관리관, 정창길 재정건전성심의관, 김재환 국제금융국장, 박봉용 재정관리국장이 선정됐다.
과장급에서는 김정애 산업중소벤처예산과장과 김문건 조세정책과장, 박정민 예산정책과장, 박은영 신국제조세규범과장, 배병관 대외경제총괄장, 이재우 총사업비관리과장, 이정윤 미디어팀장, 이희곤 자금시장과장, 장주성 인력정책과장, 진민규 기금운용계획과장, 진승우 미래전략과 팀장 등 11명이 뽑혔다.
기재부 노조는 ‘안 닮고 싶은 상사’(안닮상)도 투표한다. 국장급 이상에서는 구윤철 부총리를 포함한 5명이, 과장급에서는 8명이 선정됐다. 구 부총리는 국무조정실장에 재직할 때 누적 3번의 ‘닮고 싶은 상사’에 뽑혀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엔 거꾸로 ‘안닮상’에 선정된 것은 조직분리 등 최근 기재부 직원들의 사기저하와 연관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재명정부출범 뒤 관세청, 국가데이터처(통계청) 등 기재부 유관 기관장에 기재부 출신이 아무도 가지 못한 사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7일자로 물러난 박금철 전 세제실장이 ‘닮상’에 선정된 사실도 화제다. 박 전실장의 ‘온화한 리더십’을 기재부 직원들이 높이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그는 정권교체 과정에서 억울하게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내란사태 직전까지 박 전실장은 1~2년 뒤 세제실장 유력 후보 자리인 세제총괄심의관을 맡고 있었다. 지난 4월 최상목 부총리는 대통령선거를 불과 2주 남겨두고 돌연 실장급 인사를 단행, 예정보다 수개월 먼저 세제실장에 임명됐다. 당시 최 부총리가 다른 측근 인사들을 주요 기관장·보직에 보내기 위한 ‘알박기 인사’를 한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박 전 실장은 8개월 남짓 세제실장을 한 뒤 퇴직을 앞두게 됐다. ‘울며 겨자 먹기’로 ‘조기 세제실장’이 됐다가 ‘윤석열정부 인사 혜택 간부’와 동시에 퇴장해야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통상 기재부 세제실장은 1년~1년6개월가량 역임한 뒤 유관기관장으로 영전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한편 기재부는 2004년부터 연말마다 노동조합 주관으로 닮고 싶은 상사를 뽑는다. 지난 1년간 조직의 리더로 모범을 보인 간부를 뽑아 조직문화를 개선하고자 하는 취지의 행사다. 사무관 이하 직원 600여명이 과장급 최대 4명, 국장급 이상 최대 2명을 적어 낸다. 이 가운데 직위별 10%인 국장급 이상 4명과 과장급 10명 안팎을 뽑는 식이다. 통상 ‘닮상’은 공식 공개하고 ‘안닮상’은 공개하지는 않는다.
다만 노동조합이 주관하는 이 투표가 ‘인기 편향’이란 지적도 있다. 업무 성과보다는 직원들에게 인간적으로 잘해주는 사람이 좋은 평가를, 강하게 업무를 추진하는 간부들은 나쁜 평가를 받는 ‘인기투표’로 흐를 가능성이 있어서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