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급등에 ‘외환건전성제도 탄력적 조정’

2025-12-18 13:00:02 게재

외화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 감독상 조치 한시 유예

수출기업에 대한 원화용도 외화대출 허용범위 확대

기재차관 “현 원화 약세 과도, 고환율에 배팅 위험”,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육박하자 외환당국이 외환건전성 제도를 한시 조정하기로 했다. 달러 국내유입을 유도해 외환시장에 누적된 구조적 수급 불균형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기재부 관계자는 18일 “최근 외환시장 상황은 과거 위기와 달리 금융기관의 외화유동성 등 대외건전성은 양호하지만, 기존 외환건전성 제도가 외국으로부터의 자본유입을 제한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이를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오전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금융기관 외화유동성 ST 한시경감 = 우선 정부는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고도화된 외화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ST)의 감독상 조치 부담을 한시적으로 줄여주기로 했다.

외화유동성 ST는 위기상황을 가정해 각 금융기관의 외화자금 대응여력을 평가하는 제도다. 외화자금 과부족을 평가해 외화자금 유입이 유출을 초과(순유입)하는 등 감독상 기준을 충족 못하면 금융기관이 유동성 확충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금융기관들은 이 제재를 피하기 위해 외화유동성을 영업에 필요한 수준보다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 정부는 외화유동성 ST의 감독상 조치를 이날부터 내년 6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금융기관들이 달러 보유량을 현행보다 줄일 수 있어 외환수급에 도움을 줄 것이란 설명이다.

현재 운용 중인 선물환포지션 제도도 조정한다. 선물환포지션 제도는 과거 외국환은행을 통한 과도한 외화유입과 외채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지난 2010년 도입됐다. 각 은행별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 순포지션(선물외화자산-선물외화부채) 비율의 상한을 제한하는 제도로, 국내은행은 75%, 외국계은행 국내지점은 375%의 비율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정부는 현 제도가 외국계은행 국내법인의 영업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추가적인 외화유입을 제한하고 있다고 판단, 외국계은행 국내법인의 선물환포지션 비율 규제를 200%로 완화하기로 했다.

◆외화대출 제한도 완화 = 외환당국은 해외 거주자에 대한 원화용도 외화대출 제한도 추가적으로 완화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외환수급 개선방안’을 통해 해외 거주자에 대한 원화용도 외화대출의 원칙적 금지를 완화하고 수출기업에 대해서도 국내 시설자금 목적의 외화대출을 허용한 바 있다. 앞으로는 수출기업의 국내 시설자금뿐만 아니라, 국내 운전자금 목적의 원화용도 외화대출도 허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외국인이 현지 증권사를 통해 한국 주식을 바로 거래할 수 있도록 외국인 통합계좌 활성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이렇게 되면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해외 개인투자자들이 확대, 신규 외환 유입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또 정부는 외국기업의 외환거래 불편을 해소하고 국내 자본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해외증시에 상장된 외국기업은 전문투자자로 인정된다는 점을 명확하게 안내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외환건전성 제도 탄력적 조정 방안에 따른 후속조치를 연내 신속하게 마무리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제도 조정으로 국내 외환시장에 추가 외화가 유입되면 구조적 외환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에 기여할 것”이라며 “외화자금시장에 충분한 외화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경제주체들의 환헤지 비용을 절감시키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원화약세, 과도” = 앞서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은 언론인터뷰에서 최근 외환시장에 참여하는 주체들이 고환율에 베팅하는 쏠림 현상에 대해 우려했다. 이 차관은 이날 “환율 예측은 굉장히 어렵다”면서도 “우리나라 모든 참가자들이 동일한 방향성(환율상승)으로 환을 오픈하고 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상과 달리 방향이 바뀌면 경제 주체 전반이 환변동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현재 원화약세는 우리 경제 펀드멘탈에 비해서 좀 과도하게 벌어진 것”이라며 “시장을 좀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82.1원까지 올랐다. 종가 기준 1480원대 환율은 미중 갈등이 격화된 지난 4월9일(1484.1원) 이후 처음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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