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1월 물가 2.7% ‘왜곡’ 논란
예상치 밑돌자 백악관 "환영" … 전문가들, 두달간 주거비 변동 ‘제로’에 의구심
미국 일반 가계에서 물가 부담 압박을 받는 상황임에도 수치상으로는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뚜렷해졌다고 볼 만한 결과를 발표해서인데, 백악관은 일단 “환영” 입장을 표명했다.
이날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BLS)은 1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2.7%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다우존스에서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3.1%)를 밑도는 수치다. 지난 9월(3.0%)보다도 낮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6% 올라, 9월(3.0%)과 비교해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18일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수치가 예상 밖의 개선을 보여줬지만, 사상 최장 기간 이어진 연방정부 셧다운의 영향으로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번 셧다운으로 BLS는 10월 물가 데이터 상당 부분을 수집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월별 물가 변동뿐 아니라 11월 연간 수치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표는 올해 초 이후 좁은 범위에서 고착돼 있던 물가 압력이 완화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BLS는 11월까지 두 달간 근원 CPI가 0.2% 상승하는 데 그쳤으며, 반면 가구류와 개인 위생용품 가격은 올랐다.
다만 블룸버그는 일부 경제학자들을 인용해, CPI에서 비중이 큰 주거비 항목의 두 달간 변동이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다며, 계산 방식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폴 애슈워스 북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침체가 아닌 상황에서 임대료 등 지속성이 강한 서비스 물가가 갑자기 멈추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CPI 발표가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판단에 영향을 줄지는 불확실하다. 연준 내부에서도 내년 금리 경로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물가 지표 발표 이후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상승 출발했고, 미 국채 금리는 하락세를 유지했으며 달러 가치는 약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내년에 최소 두 차례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주 금리 인하 결정 직후 이번 CPI 데이터가 기록적인 정부 셧다운으로 왜곡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웰스파고 이코노미스트들은 거의 모든 품목에서 물가 상승 둔화가 동시에 나타난 점을 들어 셧다운이 데이터 품질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데이터 수집이 11월 하순에 집중되면서 표본이 예상보다 크게 왜곡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상품 가격은 전년 대비 1.4% 상승해 8~9월의 1.5% 상승률보다 둔화됐다. 서비스 물가는 전년 대비 3% 상승했다. 연준이 주목하는 주거비와 에너지를 제외한 지수는 전년 대비 2.7% 상승해 202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수년간 인플레이션의 핵심 요인이었던 주거비 상승률은 전년 대비 3%로, 4년여 만에 가장 낮았다. 이는 전체 표본의 약 60%를 차지한다.
한편 같은 날 발표된 실질 평균 시간당 임금은 전년 대비 0.8% 상승했다. 또 실업수당 신규 신청 건수는 전주 급증 이후 다시 감소해 연말을 앞둔 고용 지표의 변동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