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 금융투자협회 회장에 황성엽 당선

“큰 어항 만들어 K-자본시장 규모 확대”

2025-12-19 13:00:01 게재

첫 번째 과제 ‘연금 제도 개선’ 제시

직간접 투자 균형…장기 투자 문화

홈플러스 사태 책임론, 해결 과제

제7대 금융투자협회장에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가 당선됐다. 황 당선인은 큰 어항을 만들어 K-자본시장 규모를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첫 과제로는 미국이나 호주 사례처럼 연금 제도 개선을 통한 장기 투자 문화 정착을 제시했다.

18일 제7대 금융투자협회 회장으로 당선된 황성엽 당선인이 당선 소감을 말하는 모습. 사진 금융투자협회 제공

금융투자협회는 18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 불스홀에서 열린 임시총회에서 황성엽 후보자가 제7개 회장으로 당선됐다고 밝혔다. 총 399개 정회원사 중 282개사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선거에서 1차 투표 결과 과반수를 획득한 후보자가 없어 결선투표가 진행됐다. 1차 투표에서는 황성엽 후보자가 43.4%, 이현승 후보자는 38.3%, 서유석 후보자는 18.3%를 각각 득표했다. 황성엽 후보자와 이현승 후보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결선투표에서는 황성엽 후보자가 57.3%, 이현승 후보자는 41.8%를 득표했다. 금투협회장 선거에서 결선투표까지 이뤄진 것은 지난 2012년 2대 협회장 선거 이후 두 번째다.

황 당선인은 총회가 끝난 후 기자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작은 어항에서 서로 경쟁하는 구조를 넘어 더 큰 어항을 만들어 자본시장 생태계를 키우겠다”며 “대형사는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중소형사는 혁신 참여를 확대해 K-자본시장 규모 자체를 키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한 첫 추진 과제는 연금 제도 개선이다. 황 당선인은 “2년 전 도입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을 미국 퇴직연금 제도인 ‘401K’나 호주의 연금 제도처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투자에 대한 인센티브와 연금에 대한 정책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최근 정부가 고환율 주요인으로 ‘서학개미’를 지목한 데 대해서는 “환율 때문에 서학개미들이 (미국 주식에)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는 접근은 좋지 않다”면서 “과도한 직접 투자 쏠림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고 직접 투자와 간접 투자의 균형, 장기 투자 문화 정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당선인은 ‘K-자본시장 10년 청사진’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밝혔다. 그는 “호주 금융센터 포럼을 벤치마킹해 ‘K-자본시장’의 큰 그림을 다시 그려보고 싶다”며 “호주 금융센터 포럼을 벤치마킹한 ‘K-자본시장 포럼’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금투협과 금융당국 간 상시 ‘정책 협의체’를 신설해 적극적인 소통 창구도 구축할 계획이다. ‘단임 협회장’에 대한 의지도 분명히 했다. 그는 “3년 동안 맡은 바를 완수할 것이며 단임이면 충분하다”면서 “퇴임 고문 대우는 일체 받지 않고 고문의 순기능에 대해서는 업계 의견을 반영해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황 당선인은 이날, 신영증권 대표로서 홈플러스 매출채권 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발행 주관사의 책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홈플러스 사태’의 책임론이 여전히 신영증권에 따라다니며 황 당선인이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한편 황 당선인은 1963년생으로 서울 휘문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신영증권에 입사해 2020년 6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38년째 ‘신영맨’으로 재직 중이다. 황 당선인의 당선 배경에는 이번엔 자산운용 출신이 아닌 증권사 출신 협회장을 원한다는 여론과 함께 금융투자 업계의 ‘서울대 82’ 학번의 든든한 지지가 뒷받침됐다는 후문이다. 38년간 증권사에 몸담았고, 신영증권 대표로 6년간 지내며 금융투자업계 최고경영자(CEO) 모임인 ‘여의도 사장단’ 모임 회장을 맡고 있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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