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핵심광물 국산화 공급망 허브로

2025-12-19 13:00:02 게재

2029년까지 국내 1조5천억원 투자 … 소재·광물 자립 및 인력채용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미·중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고려아연이 핵심광물 국산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경제안보 투자’에 나섰다. 첨단산업과 방산에 필수적인 전략광물 생산 능력을 국내에 구축하고, 자원순환·이차전지 소재·연구개발(R&D)까지 아우르는 전방위 투자를 통해 ‘국내 핵심광물 허브’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고려아연은 2029년까지 울산을 중심으로 국내에 약 1조5000억원을 차질없이 투자하겠다고 18일 밝혔다. 최근 발표한 미국 제련소 건립과 관련해 일부에서 국내사업 위축 가능성을 우려하자 국내 투자 및 연구개발(R&D) 강화 방침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사진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이 밝힌 투자의 핵심은 전략광물이다. 고려아연은 방산·우주·반도체 산업에 필수적인 게르마늄과 갈륨의 국내 생산 체계를 구축한다.

게르마늄 공장 신설에 1400억원, 갈륨 회수 공정에 557억원을 투입해 2028년부터 각각 연 12톤, 15톤을 생산할 계획이다. 두 광물은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아 공급 차질 시 산업 전반에 파급력이 큰 품목으로 꼽힌다. 국내 유일의 생산 거점을 확보함으로써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국가 전략물자의 안정적 공급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비스무트 역시 경제안보 관점에서 투자 대상이다. 고려아연은 2026년까지 300억원을 들여 비스무트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생산능력은 연간 1500톤으로 확대된다. 비스무트는 고온 초전도체와 자동차 핵심 부품에 쓰이며, 미국 수입 통계에서도 한국산 비중이 중국 다음으로 높다.

기술 자립을 위한 R&D 투자도 병행된다. 인천 송도에 약 1500억원을 투입해 R&D센터를 신설하고, 소재·재자원화·에너지·AI·로보틱스 분야 핵심기술을 연구한다. 고려아연은 이를 통해 핵심광물 기술의 내재화와 공급망 안정에 필요한 원천기술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자원순환은 또 다른 축이다. 폐인쇄회로기판(PCB)과 동 스크랩 등을 활용한 동 순환자원 처리공정에 12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2026년 시운전을 거쳐 본격 가동하면 연간 3만5000톤의 전기동을 추가 생산할 수 있다.

또 2027년까지 약 500억원을 투자해 납축전지 파쇄장을 증설한다.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서는 5200억원을 투자해 올인원 니켈제련소를 건설 중이다. 2027년 가동시 연 4만2600톤의 니켈을 생산해 배터리 공급망 경쟁력도 끌어올린다. 산소공장 증설, 환경·안전 인프라 투자 역시 안정적 생산을 위한 필수 기반으로 병행된다.

환경분야와 관련해서는 2024년부터 500억원 이상을 집행해 자가매립시설 설치 공사를 진행해 왔다. 2026년 시운전을 목표로 하는 자가매립시설은 제련 공정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한층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안전분야 투자에도 힘쓰고 있다. 18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지하 1층, 지상 8층 규모의 통합 관제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온산제련소의 모든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하고 제어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핵심광물은 이제 산업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안보의 문제”라며 “미국 투자와 함께 국내 투자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한국을 글로벌 비철금속 제련과 핵심광물 공급의 거점으로 키워가겠다”고 밝혔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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