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

한우는 어떻게 우리 곁에 오게 됐을까

2025-12-23 13:00:00 게재

한때는 농경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노동력으로, 현재는 가장 고급화된 육류 중 하나로 한우는 한국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며 한국인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한우는 여느 소와 마찬가지로 전세계에서 인류와 함께 진화한 주요 생물이다.

인류가 처음 소를 길들인 것은 약 1만 년 전 즈음으로 추정된다. 그 오랜 세월, 우리는 서로 중요한 자원을 주고 받으며 역사 속에서 함께 변화했다.

현대 소는 크게 한국에서 흔히 소라고 부르는 타우루스 소와 인도 혹소라고 불리는 인디쿠스 소 둘로 나뉜다. 이러한 현대 소는 모두 멸종한 야생 소인 오록스(aurochs)로부터 별도로 유래해 진화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인류와 함께 다양한 지역을 오고 가며 서로 섞이기도 하고 지역 오록스와 섞이기도 하는 등 복잡한 역사를 거치며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소의 진화과정은 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나 지구를 떠돌며 살아온 역사만큼이나 복잡하다.

소의 진화, 그 중에서도 인류와 길들여지며 가축화가 이뤄진 역사적 과정은 유럽 서아시아 아프리카 등지를 중심으로 잘 알려져 있는 편이다. 그러나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소가 어떻게 진화했을지에 대해서는 그 역사가 자세히 밝혀진 바가 많지 않았다. 동아시아 지역에 어떤 소가 살았는지, 그 소가 어떻게 이동하고 서로 섞이며 살았는지, 그 증거를 제시해줄 유전체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고대 소 유전체 확보해 진화역사 되짚어보기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정충원 교수 연구진과 길림대학교 차이 다웨이 교수 연구진은 고대 소의 DNA를 활용해 이러한 동아시아 소의 진화과정을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 먼저 연구진은 중국 내 30여 곳에서 1만여년 전부터 200여년 전 즈음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 소 554마리를 확보했다. 이들의 뼈 이빨 털과 같은 시료로부터 고대 DNA를 추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렇게 확보한 DNA로부터 모든 소의 유전체를 해독하진 못했으나 총 166마리의 고대 소 유전체를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동아시아 소의 가축화 역사를 거꾸로 되짚을 수 있는 수천년의 역사가 담긴 유전체 데이터가 확보된 것이다.

이 고대의 소 유전체 정보는 동아시아 소가 복잡한 역사를 거치며 진화했음을 드러냈다. 신석기 후기부터 청동기 초기에는 서유라시아에서 넘어온 소가 동아시아의 오록스와 혼합되었음이 확인되었다. 청동기시대가 본격화되고 철기시대로 넘어갈 즈음에는 중국의 신장 지역의 소가 확산되며 새롭게 섞이기 시작했고, 수나라 당나라 즈음에는 남부 지역의 혹소 계통이 섞이기도 했다. 현대에는 유럽의 타우르스 소까지 혼합되며 중국의 소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진화한 것이 밝혀졌다.

이러한 동아시아 소에 대한 연구는 현대 소를 중심으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국립축산과학원 한우연구센터에서는 계통축이라 불리는 한우 집단을 유지 중이다. 이 계통축은 한우의 육종이 본격화되기 이전 초기 한우를 확보하고, 이를 집단 수준에서 유지함으로써 유전적 다양성을 보존하는 주요 자원이다. 이를 통해 한우 집단이 유전적인 문제가 생기더라도 초기 시료를 활용해 이를 보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고대 소와 다르게 현대 한우는 전부 수십년 전에 냉동 보관해둔 정액 시료가 있거나 아예 소가 살아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고품질 시료를 활용하면 유전체 정보도 훨씬 더 고품질로 확보할 수 있어 복잡한 변이를 분석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고대 소의 DNA는 오랜 세월 속에 갈기갈기 찢겨 분석이 어렵지만 현대 소의 시료는 매우 안정적으로 긴 DNA 서열을 고스란히 데이터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고품질 유전체 지도를 활용해 한우가 지닌 독특한 변이를 분석해내는 데 성공했다. 한우의 역사를 드러내기에는 아직 부족하지만 향후 한우 육종에 중요한 기반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고품질 유전체 활용해 한우의 변이 분석

이와 같은 연구는 그 자체로 인류가 소와 함께 살아온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러한 역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인류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동식물은 지금도 진화하며, 인류의 중요한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국립축산과학원 국립수산과학원 등 다양한 과학원과 연구소에서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농축수산업의 기반이 되는 생물에 대한 이해와 육종 체계가 고도화되길 기대한다. 그리고 그 역사를 유전체와 같은 정보로 잘 보존시킴으로써 연구에 활용되길 바란다.

아래는 온라인용 링크

논문1.

Ancient genomes illuminate the origins and dynamic history of East Asian cattle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u9904

논문 2.

High-quality phased genome assemblies of line-bred Korean Hanwoo cattle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7-025-06069-3

김 준 충남대 교수 생명시스템과학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