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은 용인에, 전력·물은 지방에서?

2025-12-23 13:00:01 게재

지역 환경단체·정치권 반발 거세

전북선 “새만금으로 이전” 주장도

오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추진 중인 경기도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이 전력·용수 수급 문제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가동을 위해 전국에서 생산한 전력을 끌어 모으겠다고 밝히자 환경단체와 지역정치권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북·충북에선 전력수급 문제를 이유로 아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이전하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경기지역 환경단체들이 지난 16일 용인시청 앞에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건설계획 재검토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 경기환경운동연합 제공

◆“지역은 수도권의 전력 식민지가 아니다” = 23일 환경단체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용인 산단 운영에 필요한 약 10GW의 전력 가운데 3GW를 신규 LNG 발전소(6기)를 건설해 공급하고 나머지 7GW는 호남권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장거리 송전선로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호남·충청·경기 안성 등지에 초고압 송전선로 46개(1153㎞), 초고압 변전소 52개(34만5000V)를 건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업용수 조달도 문제다. 지난 14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발표한 국가수도기본계획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은 2031년 하루 6만1000톤을 시작으로 2049년 최종 76만4000톤의 물이 필요하다. 이와 별도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단(SK하이닉스)에는 2033년 하루 6000톤을 시작으로 2045년 이후 57만3000톤의 물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2034년까지 2조2143억원을 투입해 두 산단에 각각 76만4000톤과 30만8000톤 등 하루 107만2000톤의 물을 공급할 시설(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통합용수공급사업)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는 부산·울산 두 광역지자체가 사용할 수 있는 수량이다.

환경단체와 진보정당은 수도권 일극 집중을 심화시키고 지역을 ‘전력 식민지’로 전락시킬 것이라며 반발했다. 경기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충청·경북·강원 등 기후활동가들은 지난 16일 용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기후위기와 지역 불균형, 환경피해가 동시에 심화될 것”이라며 지난해 정부가 승인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최호연 변호사(기후솔루션)는 “기후 영향은 지리적 인접성과 무관하게 전국적 피해를 야기하는데 평가 대상지역을 인근으로 한정한 것은 탄소중립기본법에 반하는 위법한 환경고시에 근거한 잘못된 평가”라고 지적했다. 황성렬 충남환경운동연합 상임대표는 “전기는 호남·충남에서 끌어오고 물은 강원도에서 가져와 건설하는 태생적으로 잘못된 반도체 산단”이라며 “일방통행식 송전선로 계획은 결코 ‘에너지 고속도로’가 아니며 지역은 수도권의 식민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진보당도 최근 논평을 내 “윤석열 내란정권은 2023년 전력·용수·환경·주민수용성 등 핵심요소를 검증하지 않은 채 무려 600조 규모의 국가산단사업을 밀어붙였다”며 “‘좋아 빠르게 가’로 대표되는 졸속행정, 개발독재 사업으로 전면 재검토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 발언 ‘새만금 이전 요구’ 촉발 = 당장 지역에선 송전선로 건설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대전지역 환경단체들은 “호남에서 생산된 전력을 용인에 보내는 신계룡~북천안 송전선로(345V)는 대전을 비롯한 지방을 수도권 에너지 식민지로 만드는 사업”이라며 “대전시는 지금이라도 건설 중단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충북도의회도 지난 15일 “용인 반도체 산단 전력공급을 위해 충북 전역에 송전선로 34개, 변전소 16곳 설치가 계획돼 있다”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및 전력망 구축 전면 재검토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전북에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을 주장하고 나섰다. 전북도의회와 시·군의회로 구성된 ‘초고압 송전선로 대책 특별위원회’는 “지방의 희생을 담보로 수도권으로 전기를 끌어올리는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면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전북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반도체 관련 지원을 비수도권에 집중하겠다는 발언은 이 같은 움직임에 힘을 보태줬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열린 ‘K-반도체 육성 전략보고회’에서 “전체 파이가 커지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다양하게 많은 사람이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남쪽 지방으로 눈길을 돌려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차기 전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는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력난으로 멈춰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전기가 흐르는 새만금으로 즉시 이전해야 한다”며 “이 대통령이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남쪽으로 눈길을 돌려 달라’고 밝힌 지금이 바로 행동에 나설 때”라고 주장했다.

전북지역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반도체클러스터 새만금유치추진위원회’도 22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재명 정부의 핵심 공약인 ‘에너지 지산지소’는 국가 균형발전과 낙후된 전북산업 발전을 위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새만금 이전을 촉구했다.

곽태영 윤여운 이명환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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