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국제적 협력과 포용사회 구호조차 공허한 지구촌 연말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지난해 미 대선에서 당선한 트럼프는 2025년 새해 관세폭탄을 터뜨리면서 국제사회를 경제전쟁으로 몰아넣었다. 미국과 중국이 전략적 타협 관계 국면으로 전환하면서 숨을 돌리는가 싶더니 이젠 일본이 중국에 대한 도발과 핵무장 등 극우적 행태로 동북아에 때아닌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세계는 연말에 대륙 곳곳에서 일어난 테러와 분쟁으로 폭력과 공포가 확산하면서 2026년 역시 우울하게 맞이하고 있다.
2025년 12월은 온갖 테러와 폭력으로 얼룩졌다. 호주 시드니 동부 본다니 해변 유대교 축제장에 총기를 난사하는 테러로 12명이 사망했다. 그 전날엔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브라운대에서 총격 사건이 일어났고, LA에서는 폭탄테러를 계획한 반미주의자 4명이 검거됐다.
독일에서는 크리스마스 마켓을 겨냥해 테러를 계획한 이슬람 용의자가 체포됐다. 지난해독일에서는 같은 행사장에 차량이 돌진하는 테러로 3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폴란드에서도 사제폭탄으로 크리스마스 마켓 테러를 기도한 IS 추종자가 적발됐다.
호주와 독일 사건을 자행한 범인은 극단적인 반유대주의 무슬림이 분명해 보인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 IS는 일련의 사건에 대해 성명을 통해 “자긍심의 원천”이라 환영하고 나섰다.
분쟁과 테러 바탕에 깔린 증오와 적개심
아시아에서도 마찬가지다. 국경문제를 놓고 충돌한 태국과 캄보디아는 전투기와 로켓을 동원한 포격으로 민간인이 사망하고 경제제재 조치로 무고한 시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미얀마 군정은 자국의 종합병원을 폭격해 환자와 의료진 34명을 죽였다. 중국과 러시아의 폭격기가 일본 도쿄를 겨냥해 비행하며 폭격 능력을 과시했다. 중국의 일본 여행 자제 등 ‘한일령’과 판다 대여 중단으로 일본 국민 또한 경제·문화적 타격을 받는 중이다.
아프리카 대륙도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초 르완다의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 M23의 콩고 도시 고마 점령으로 발발한 전쟁이 멈추질 않고 있다. 앙골라 우간다 케냐 탄자니아 남아공 등 대륙 곳곳의 국가가 군대를 파견해 콩고 정부군을 지원하면서 국제전으로 격화했다. 그동안 270만명의 국민이 피난길에 올랐고, 올해만 해도 1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중동 시리아에서 작전 중이던 미군 2명과 통역사 1명 등 미국인 3명이 IS로 추정되는 무장 괴한의 공격으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은 즉시 보복을 천명하고 시리아 내 70여곳의 IS 시설을 F-15 전투기와 아파치헬기를 동원해 공습했다. 미국은 테러와 안보 위협으로부터 시민 보호를 명분으로 시리아 남수단 등 중동 5개국을 입국 금지 대상으로 추가로 지정하기도 했다.
세계시민을 공포로 몰아넣는 작금의 테러와 전쟁의 주원인은 적개심과 증오다. 인종적 국가적 적대와 혐오는 전체주의의 전횡과 서구 제국의 식민지 확장과정에서 빚어져 역사적으로 심화하며 갖은 형태로 진화했다. 1, 2차 세계대전 동안 독일 나치즘은 유대인을 학살했고, 영국은 이중전술로 중동세계를 분열시켰으며, 미국은 이스라엘을 편파적으로 지원했다. 프랑스는 인도차이나반도를 식민화할 때 국경분쟁과 국가 폭력의 원인을 제공했다. 일본 군국주의 또한 조센진 시나진하며 동양에서 인종을 차별했고 그 잔재는 여전히 남아 있다. 오늘날 곳곳에서 활개를 치는 극우정치의 근원도 여기에 있으며, 그들 이데올로기의 본질 역시 적개심과 증오다.
한국사회도 테러 공포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한국 사회도 크고 작은 테러와 폭발물 협박이 잦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 1월 서부지방법원 폭동이 발생했고 7,8월에 인천 송도 아파트의 실제 폭발물 설치, 세 곳의 신세계백화점과 KSPO돔 공연장, 주한미국대사관, 안동역 광장에서의 허위 폭발 협박 사건이 잇따랐다. 테러의 공포로부터 우리 또한 자유롭지 않다. 각국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들의 생명과 안전보호도 심각한 문제다.
아수라장처럼 벌어지고 있는 테러와 폭력 문제의 해결이 요원하다는 데서 우리는 다시 한번 우울해진다. 빈곤과 소외, 불평등을 완화하고 국제적 협력과 공조를 강화하며 사회적 갈등을 통합해 안전하고 포용적인 사회를 달성하자는 구호도 공허하게 들리는, 지구촌은 그런 연말연시를 또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