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총력전에 겨우 수습된 환율…추세까지 바꿀까

2025-12-26 13:00:01 게재

원달러환율 1480원 오르내리다 1440원대로 하락세

외환당국 개입 이어 수급 안정용 ‘세제지원안’ 발표

세계국채지수 편입 효과 기대 … “투자매력 높여야”

외환당국이 1500원대에 육박한 원달러 환율 안정 총력전을 벌인 끝에 일단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26일 외환당국과 시장 안팎에선 당분간 환율 상승 추세가 한풀 꺾일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정부가 해외에 있는 달러를 국내로 들여오는 투자자와 기업에 세제혜택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민연금의 환헤지, 내년 4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앞둔 국채 시장으로의 외국인 자금 유입 등으로 수급 요인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말의 환율 안정세가 내년 이후 계속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국 경제체질의 구조적 개선이 뒷받침되어야 “달러값은 오를 것”이란 시장전망을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지영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가운데)이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외환안정 세제지원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 박홍기 소득법인세정책관, 오른쪽 변광욱 국제조세정책관. 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50일 만에 1440원대로 = 원달러 환율은 외환당국의 고강도 개입으로 급락한 다음 거래일인 26일 오전 1440원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0시8분 현재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 보다 조금 떨어진 1449.2원이다. 앞서 지난 2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날보다 33.8원 내린 1449.8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하락폭은 미국의 금리인상 종료 기대감이 확산한 2022년 11월11일(59.1원) 이후 가장 컸다.

모처럼 환율이 급락한 배경은 정부의 고강도 환율안정 대책과 구두 개입이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지난 24일 ‘외환당국 시장 관련 메시지’를 통해 “원화의 과도한 약세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례적으로 강경한 구두개입이다. 이어 기재부는 외화를 유입시키거나 외화 유출을 완화하는 투자자와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 방안도 내놨다.

특히 투자자 세제지원이 눈길을 끌었다. 기재부는 국내 주식 복귀계좌(RIA)에 대한 세제지원을 신설했다. 지난 23일까지 보유한 해외주식을 매도한 뒤 원화로 환전해 국내 주식에 장기투자하면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깎아주겠다는 것이다. 물론 1인당 5000만원 이내, 1년 한시란 전제조건을 붙였다. 개인투자자가 활용할 수 있는 선물환 매도 상품을 도입해 해외 주식에 대한 환헤지를 실시한 경우 양도소득세 혜택을 부과하기로 했다.

◆외환당국, 연말 환율종가 관리 = 특히 연말 환율 종가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외환당국의 사정도 ‘이례적 고강도 개입’을 압박했다.

기업과 금융회사들의 재무제표와 내년도 사업계획은 연말 종가를 기준으로 확정된다. 종가가 높으면 경제주체 전반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재무건전성 지표가 악화되면 대출과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은 마감 환율 변동만으로 장부상 손실 폭이 커진다.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떨어뜨려 기업이나 가계 대출이 축소될 수도 있다. 여기에 고환율 장기화로 가중되는 물가 부담도 한몫했다.

문제는 내년 이후다. 특히 시장에 “이제 더 나올 카드가 없다”는 공포를 줄 수도 있다.

추가 정책 수단도 한계가 있다. 김준형 한국개발연구원(KDI) 동향총괄은 “정부로선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꺼낸 상황이고,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인 환율 추세를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 원화가치를 떨어트리는 구조적 한계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결국 우리나라 성장률을 높이고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 매력을 높여야 환율이 안정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 자본시장 매력 높어야” = 외환당국과 시장은 환율 안정세가 당분간은 유지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화요일 당국의 강도 높은 구두개입과 환율 안정을 위한 후속 조치를 고려하면 그간 쌓여왔던 기관투자자의 롱스탑 물량 출회가 나타나며 환율 하락에 기여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기에 엔화와 위안화 등 아시아 통화 강세 흐름이 나타나며 원화 강세를 위한 환경은 조성됐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다만 “달러 강세 부담과 수입업체 결제 등 실수요 매수세는 환율 하단을 제약하는 요인”이라며 “미국 고용 경기가 예상보다 양호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질 경우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하며 강세 압력이 재차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외환당국도 “당분간은 큰 폭의 환율 상승은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지영 기재부 국제차관보는 지난 24일 브리핑에서 “개인의 해외 투자가 대부분 환 노출 상태로 이뤄지면서 투자 규모만큼 달러 매수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환율을 끌어올리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며 “해외 투자 자금의 일부라도 국내로 되돌리는 것이 외환시장 안정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루 외환시장 거래 규모가 약 400억 달러인데, 여기에 개인 투자자들의 복귀 자금이 유입된다면 시장 안정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환당국은 국민연금의 환헤지와 WGBI 편입 효과를 추가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의 외환 스와프 연장 조치는 실질적인 외환 수급을 개선시킬 전망이다. 국민연금과 한은은 앞서 지난 15일 650억달러 한도의 외환 스와프 계약을 내년 말까지 연장했다. 국민연금이 해외자산을 매입할 때 달러 수요를 외환보유액에서 먼저 공급받고 차후 돌려주는 구조다. 원화 약세 압력을 간접적으로 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연금의 환 헤지도 유력한 응원군이다.

현재 환율이 심리적 불안에 따라 과도하게 상승했다고 TF가 판단하면 향후 환율 약세에 베팅하는 물량이 나올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3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를 구성원으로 한 ‘전략적 환헤지 탄력 대응 TF‘를 운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장기적으론 한국 국채의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WGBI 편입에 따라 외환수급이 개선될 전망이다. 한국 국채는 내년 4월부터 11월까지 8회에 걸쳐 단계적으로 WGBI에 편입된다. 외환당국은 최대 50조~70조원 규모의 자금 유입을 전망하고 있다. 이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자금은 약 3400조원 규모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성홍식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