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고흐·세잔 원작이 내 집 앞으로 왔다
노원구 ‘인상파, 찬란한 순간들’ 전시
7년에 걸쳐 문화도시 매진한 끝 결실
“민선 7기에 문화도시를 선언하며 ‘예술의전당 국립현대미술관까지 가지 않아도 동네에서 인상파 화가들 작품을 전시하겠다’고 주민들에게 약속했습니다. 지금 모네 르누아르 고흐 세잔이 실제로 왔습니다.”
오승록 서울 노원구청장은 “7년간 준비해온 끝에 결실을 맺었다”며 “일부 온라인에서 ‘위작’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는데 그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강조했다.
26일 노원구에 따르면 ‘내일이 기대되는 문화도시’에 매진한 지 7년만에 주민들이 바로 집 옆에서 세계적인 명작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지난 19일 일반에 공개를 시작한 ‘인상파, 찬란한 순간들 : 모네, 르누아르, 반 고흐 그리고 세잔’ 전시가 대표적이다.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위치한 이스라엘박물관이 보유한 거장 11명의 원화 21점이 중계동 노원아트뮤지엄에 왔다.
작품들은 세가지 주제로 즐길 수 있다. ‘수면 풍경과 반영’ ‘도시 풍경, 자연, 인물이 있는 전경’ ‘인물과 정물’이다. 가장 주목을 끄는 작품은 빈센트 반 고흐의 ‘밀밭의 양귀비(1887)’다.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다. 녹색 밀밭 전경과 붉은 양귀비가 대비를 이뤄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클로드 모네가 그린 ‘수련이 있는 연못(1907)’도 남다르다. 그가 후반기에 즐겨 그린 수련과 연못을 소재로 한 작품인데 세로로 1m가 넘는다. 전시 작품을 활용한 영상예술도 볼거리다.
국립도 시립도 아닌 구립 미술관에서 세계적인 명작을 선보이기까지 쉽지 않은 길이었다. 초기에는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과 협업해 ‘테이트 미술관’이 보유한 작품을 주민들에게 선보였다.
오 구청장은 “충분히 할 수 있고 꼭 필요한 일이라는 확신과 경험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자치구 문화재단에서는 이례적으로 전문 큐레이터를 채용했고 올해 초에는 항온 항습 수장고 보안설비를 갖춘 등록미술관을 선보였다.
올해 초 ‘뉴욕의 거장들 : 잭슨 폴록과 마크 로스코의 친구들’을 열고 추상표현주의 걸작을 소개했다. 6만5000여명이 다녀가며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지난 8월에는 오 구청장이 앞장서 전국 곳곳 미술관장과 단체장들을 만나 작품을 섭외했고 ‘한국근현대명화전’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오 구청장은 “등록미술관이라고 해서 아무 곳에나 작품을 빌려주지는 않더라”며 “그간 노력이 더 많은 기획을 추진할 수 있는 역량으로 쌓였다”고 자신했다. 영상예술이나 복제품 전시라는 ‘쉬운 길’도 택하지 않았다.
인상파 전시는 사전 예매만 4만2000매에 달할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누리꾼들은 ‘전 재산 몰빵한 듯한 노원구 문화회관’ ‘미쳐버린 노원구’ 등 글을 올리며 응원했다. 지난 18일 개막식에 참석한 자치구 문화재단 관계자들도 "자치구 규모가 아니다"며 "구청장들도 와서 관람했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진우 노원미술협회장은 "훌륭한 작품을 원화로 집앞에서 즐길 수 있다는 데 굉장한 자부심을 느낀다"며 "문화도시로 몇단계 성장하면서 주민들 안목도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김도수 주민자치협의회장은 "전에는 ‘노원은 후진 동네’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2000억원짜리 그림이 왔다고 하니 다들 놀란다"며 "다른 지자체 주민들도 초대해 노원을 알리겠다"고 전했다.
전시는 내년 5월까지 이어진다. 구는 매년 수준 높은 명작을 전시해 주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문화생활을 누리도록 할 계획이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문화는 모든 시민을 위한 보편적인 약속이라는 신념으로 문화도시 만들기에 매진했다”며 “관람 경험이 실생활의 풍요로 이어지는 미친(美親) 노원을 꿈꾼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