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미 증시, 인플레이션과 정치가 변수

2025-12-29 13:00:01 게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2월 기준금리를 0.25%p 인하했다. 9월 이후 세 차례 연속 인하다. 연준은 초단기 자금시장 불안에 대비해 단기국채 매입도 재개했다. 12월 규모는 400억달러로 당초 예상보다 빠른 일정이다. 향후 매월 9영업일 전후로 월간 매입 규모를 발표한다. 연준이 내년에도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가면서 미 증시에 우호적인 환경이 유지될 것이라는 게 뉴욕 월가의 전망이다.

CNBC에 따르면 월가 주요 전략가들이 제시한 2026년 말 S&P500 목표치 평균은 7618이다. 이를 감안하면 내년 미 증시는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할 여력이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곳은 투자은행 오펜하이머로 목표치를 8100으로 제시했다.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 재정부양 정책, 기술혁신, 그리고 기업 이익의 지속적 성장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

반면 가장 보수적인 전망을 제시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목표치는 7100이다. BoA는 인공지능 확산과 효율성 제고가 고용시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고, 인플레이션에 따른 구매력 약화로 소비가 위축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기업들의 설비투자 확대, 행정부의 감세와 재정부양책, 연준의 금리인하가 성장동력을 지탱할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했다.

금리인하가 만든 낙관, 인플레이션이 흔들 수 있어

강세장 지속 전망의 핵심은 역시 연준의 금리인하다. 오펜하이머는 인플레이션이 억제된 상태를 유지한다면 연준이 내년에도 한두 차례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본다. 이 전망의 전제는 명확하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자극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채권시장에서는 이 전제가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경제가 견조한데도 금리를 계속 내려야 하느냐는 문제제기다.

블룸버그가 미국·아시아·유럽의 투자은행과 자산운용사 39곳을 조사한 결과 내년 금융시장의 최대 우려 요인은 ‘미국 인플레이션의 재가속’이었다. 만약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해 연준이 금리인하를 중단하거나 인상으로 방향을 틀 경우 시장 변동성은 크게 확대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경기둔화보다 훨씬 부정적인 시나리오다. 물가상승 국면에서는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은 이미 이런 우려를 일부 반영하고 있다. 가장 뚜렷한 신호는 장기금리 상승이다. 12월 중순 기준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4.19%를 넘어섰다. 9월 초 이후 3개월 만의 최고치다. 지난해 9월 연준이 금리인하를 재개한 이후 정책금리는 1.5%p 내려왔지만, 같은 기간 10년물 금리는 오히려 0.5%p 상승했다. 통화정책 완화에도 불구하고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낮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기금리 상승은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2%를 넘어 30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글로벌 수익률의 ‘바닥’ 역할을 해왔던 일본 금리가 상승하면서 전세계 장기금리의 구조적 상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 미국 장기금리 역시 이 흐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는 배경으로는 몇 가지 요인이 거론된다. 우선 관세비용을 흡수해오던 기업들이 일부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할 가능성이 커졌다. 게다가 미국 내 생활비 부담에 대한 불만이 정치적으로도 표출되고 있다. 최근 보궐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공화당이 완패한 이후 물가와 생활비 문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안이 다시 정치권의 화두로 부상했다. 공화당은 부담 완화를 위한 재정 지출 확대 압박을 받고 있다. 이는 향후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중간선거 국면, 정책보다 기업 실력이 중요

내년 미국의 가장 큰 이벤트는 11월 중간선거다. 경제정책에 대한 지지율 하락과 잇단 보궐선거 패배가 맞물리며 민심이 이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1년도 되지 않아 조기 레임덕에 빠진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트럼프의 중간선거 패배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시장은 정치에서 멀어지고 실적으로 돌아갈 것이다. 감세·관세·재정확대에 기대어 오른 ‘정책 베팅’ 자산은 프리미엄을 반납할 것이고 그 빈자리를 실적이 검증된 기업들이 채울 것이다. 공화당의 의회 장악력 약화는 정책 불확실성을 낮추고 오히려 시장에서 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간선거 국면에서 투자자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정치가 빠진 뒤에 살아남을 자산을 선별하는 것이다. 요란함이 사라진 뒤에 시장은 본래 얼굴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박진범 재정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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