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종 칼럼
AI시대, 침팬지와 코끼리 지능을 생각한다
침팬지와 코끼리는 인간의 시선을 오래 붙잡아온 동물이다. 하나는 인간과 가장 닮은 영장류이고, 다른 하나는 지상에서 가장 큰 몸집을 가진 동물이기 때문이다. 이 두 동물의 행태를 60여년 동안 밀착 관찰해 획기적 사실을 밝혀낸 두 과학자가 최근 잇따라 세상을 떠났다.
침팬지 행동 연구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제인 구달은 지난 10월 1일 생을 마감했고, 코끼리의 행동양태에서 모계 가족구조의 놀라운 사회성을 발견해 세상에 알린 이언 더글라스-해밀턴도 12월 8일 평생의 연구 무대였던 아프리카 케냐에서 타계했다.
연구 대상은 달랐지만 두 사람이 평생 붙들었던 문제의식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간은 자연 위에 군림하는 존재인가, 아니면 다른 생명과 관계를 유지하며 함께 살아가는 존재인가라는 물음이었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도구를 사용하는 생물은 인간뿐이라는 인식이 절대적이었다. 이 통념을 깨뜨린 인물이 제인 구달이다. 그는 1960년대부터 아프리카 곰베 국립공원에서 침팬지를 장기간 관찰해 침팬지도 상황에 맞게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처음 과학적으로 확인했다.
구달의 연구는 단순한 행동 관찰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침팬지들의 구혼과 사랑, 출산과 육아의 과정까지 빠짐없이 기록하며, 인간에게 불편할 수 있는 장면도 숨기지 않았다. 침팬지는 인간을 놀랄 만큼 닮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 닮음은 인간의 특별함을 강조하기보다 인간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침팬지와 코끼리 연구가 밝힌 성과
비슷한 시기 아프리카의 또 다른 현장에서는 이언 더글라스-해밀턴이 코끼리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는 수십년 동안 코끼리 무리를 따라다니며 이동 경로와 행동을 기록했다. 그 과정에서 코끼리 사회가 철저한 모계 중심 구조로 운영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무리의 중심에는 경험 많은 할머니 코끼리가 있었고, 이들이 축적한 기억이 생존을 좌우했다. 가뭄과 위기의 순간에 무리를 살리는 것은 힘이 아니라 기억이었다.
특히 주목받은 것은 코끼리의 죽음에 대한 태도였다. 코끼리들은 죽은 동료의 사체 주변을 떠나지 않고 오랫동안 머물렀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같은 장소를 다시 찾아와 서성이는 모습이 반복해서 관찰됐다. 더글라스-해밀턴은 이를 단순한 본능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코끼리들이 상실을 인식하고 반응한다고 판단했다. 코끼리 역시 슬퍼하고 기억하는 동물이라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이러한 인식은 자연스럽게 코끼리 보호운동으로 이어졌다. 유럽의 식민지 시대 이후 무분별한 사냥으로 코끼리 개체수는 크게 줄어들었다. 더글라스-해밀턴은 문제의 핵심이 아프리카가 아니라 상아를 소비하는 지역에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1990년대 이후 중국 중산층이 늘면서 상아 장식 문화가 빠르게 확산됐고, 아프리카에서 수백달러에 거래되던 상아 한 쌍이 중국에서는 수만 달러에 팔렸다. 그는 이대로 가면 코끼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경고나 통계 제시가 아니었다. 중국의 국민적 스타였던 농구선수 야오밍을 케냐로 초청해 살아 있는 코끼리를 직접 보게 한 것이다. 이후 야오밍은 코끼리 보호 명예대사가 되어 상아 소비 반대운동에 나섰고, 중국 사회의 인식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코끼리를 살린 것은 숫자가 아니라 눈앞에서 마주한 생명의 모습이었다.
제인 구달과 이언 더글라스-해밀턴의 연구 태도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침팬지와 코끼리를 단순한 연구대상으로 대하지 않았다. 그들은 개체마다 번호를 붙여 구분하기보다 이름을 지어 부르면서 그들과 소통하며 관찰했다.
흥미롭게도 두 사람 모두 영국인이었고, 연구의 무대는 아프리카였다. 한때 영국은 이 대륙을 식민지로 지배하며 자연을 분류하고 관리의 대상으로 삼았다. 윤리적 관점으로 볼 때 영국의 아프리카 정복과 두 사람의 보호운동은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제국이 남긴 접근성과 연구 기반 위에서, 이들은 자연을 침묵시키지 않고 오히려 인간에게 말을 걸도록 했다. 지배를 위해 만들어진 조건이 뒤늦게 생명의 가치를 드러내는 데 쓰인 셈이다.
AI시대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는
오늘날 인간은 초인공지능(ASI)을 향해 나아가면서도, 침팬지와 코끼리에게서 드러난 기억과 공감, 관계의 힘 앞에서 다시 놀라움을 느낀다. 가장 앞선 지능을 꿈꾸는 존재가 가장 오래된 지능에서 인간다움의 근원을 발견하는 장면이다.
제인 구달과 이언 더글라스-해밀턴의 삶이 지금 AI시대에 의미를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은가 생각해본다. 그들이 남긴 것은 단순한 연구성과가 아니다. 침팬지와 코끼리를 통해 던져진 과제는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다. 우리는 자연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그리고 그만큼 존중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