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진짜 위기는 내부에서 시작된다

2025-12-29 13:00:02 게재

지금도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정치인과의 자리였다. 꽤 오래 정당을 출입한 기자가 당시 당의 내부를 지적하며 “이런 식으로 가다 진짜 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간을 잔뜩 찌뿌린 그는 “당 사람도 아니면서 다 아는 것처럼 말하지 말라”면서 “우리가 알아서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저기서 비슷한 지적을 많이 받은 터에 짜증이 났던 모양이다. 그 당은 이후 대선에서 ‘알아서’ 정권을 내줬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거대 양당이 내부 결속 다지기에 힘쓰고 있다. 민주당은 권리당원 1인1표제로, 국민의힘은 정당공천 당심 비율을 70%로 올리는 안을 논의 중이다. 정치적 함의가 상당한 변화다. 당의 주인인 당원을 제대로 대접한다는데야 반론이 있을까만 물이 증발하고 소금만 남으면 같은 양이라도 짠맛이 더해지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고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 비슷한 생각의 우리 편만 남기고 나머지는 밀어내겠다는 신호가 계속된다.

여당도 위기의식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공석이 된 최고위원 3명 선출을 놓고 당권-비당권파로 갈려 경쟁 중이다. 첫 합동연설회에서 당권파와 비당권파는 서로를 향해 “지도부를 흔드는 것은 분열을 바라는 내란세력” “이재명 말하면서 뒤에서 자기정치하는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이재명정부 출범 후 ‘친명’만 있는데 언론이 편을 가르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이들을 친명-친정으로 나눈 것은 민주당 지지자들이고, 출마한 이들도 거기에 호흡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뿐인가. 대통령이 임명한 법무부·국방부·행안부장관 등을 놓고 자격·능력 부족이라며 갈아치우라 소리지르는 것도 민주당 내부에서 먼저 시작됐다. 당 지도부는 원팀이라는데 당의 주인이 원팀 못하겠다는 꼴 아닌가.

내란전담재판부법·정보통신망법을 처리하면서 법사위 의결을 거쳐 본회의에 올린 법안을 ‘불안정하다’면서 의결 직전에 내용도 순서도 바꿔 처리했다. 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으로 국회를 좌우하는 걸 모르는 국민이 있나? 여권 내부의 스텝이 꼬였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보여줬다. 그 배경도 따지고 보면 내부의 특정 목소리에 귀 기울여 온 결과다.

당 고위관계자가 인사청탁 문자를 보냈다가 들통이 났는데 뭉갠 데 이어 특혜·청탁시비에 휘말린 후 전 보좌진들과 진실게임을 하고 있다. 의원들을 ‘든든한 우산’ 삼아 믿고 견디겠다고 한다. “1억개의 눈과 귀, 5000만의 입이 지켜보고 있다”는 대통령의 말을 돌려주고 싶다.

지나고 보면 큰 위기는 여러번 사전 경고를 보낸다. 그걸 알아 차리고 대비하고 수정하고 바꾸느냐, 무시하고 가느냐의 차이다. 남의 당 일이라고 하나 나라의 중요 정책과 법안을 좌우하는 현존하는 권력의 모습이라 내 일이기도 하다.

이명환 정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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