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살롱
유소년기 운동의 중요성
한국 어린이들의 운동시간이 부족한 것은 유명하다. 질병관리청에서 2025년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한국에서 청소년 기준 하루 60분 주 5일 이상 신체활동 혹은 주 3일 이상 근력강화운동을 하는 비율이 17.3%다. 이는 조사대상 146개국 중 최하위이고 미국과 비교시 32.9%나 낮은 수치다. 공식적인 신체활동 시간인 학교체육활동 시간도 부족하고, 학교외 고강도 운동, 저강도 운동 시간 모두 턱없이 낮다.
한국에서 청소년들의 운동시간이 부족한 이유는 무엇보다 학업부담 때문이다. 어린시절부터 학원과 숙제의 틈바구니에서 운동할 시간을 낼 수 없다. 여기다 학교에서도 체육시간은 부수적으로 다뤄지고 공부할 시간을 확보할 궁리만 하다보니 전세계 최하위 운동시간을 기록하게 되었다.
문제는 이런 낮은 수준의 운동시간이 우리 아이들의 체력저하나 신체발달 저하로만 귀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선, 어린이와 청소년기 운동부족은 청장년기 운동으로 메꿀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첫째로 유소년기는 자세와 보행습관이 결정되는 시기다. 청장년기 운동으로는 자세와 보행습관을 바꾸기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잘못된 보행습관은 허리통증, 족부 등 관절 통증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고 이차적으로 어깨통증 두통까지 유발한다. 보행은 생후 24개월부터 발달하지만 완성은 대체로 만 3세에서 만12세 사이를 거치면서 지문처럼 각인되어 결정된다. 만 12세가 넘어서는 보행패턴을 교정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보행패턴을 개인 식별도구로 활용할 정도다.
유소년기 결정되는 보행습관, 평생 좌우
보행은 걷기반사를 통해 중앙신경회로에 입력되고 척수반사수준에서 이뤄지는데, 만약 잘못된 보행습관이 입력되면 이는 평생에 걸쳐 각종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만 3세에서 12세까지 적절한 근력운동과 달리기 같은 기초운동이 받쳐줘야 보행패턴이 제대로 입력된다.
인간은 직립동물이란 생물학적 기반 때문에 보행과 달리기를 통해 이동하는 건 기본중에 기본이다. 이런 점에서 유소년기 운동은 한 사람의 일생을 좌지우지할 근본 생물학적 이동문제를 결정하는 열쇠이기도 하다.
두번째로 어린시절 운동은 뇌신경 활성화를 통한 집중력 유지와 지적능력의 유기적 결합을 촉발한다. 많은 사람들은 학령기에 운동시간을 줄이고 책상에 오래 앉아있는 것이 학업에 도움이 된다고 착각하지만, 실제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은 적절한 운동이 학습능력에 도움을 준다는 증거들뿐이다. 우선 운동을 통해 증가한 심폐기능은 뇌로 가는 산소와 영양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 아니라 스트레스 물질을 빨리 분해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준다.
운동은 도파민 분비를 촉진해 동기부여를 높이고 새로운 신경세포 생성을 촉진한다. 특히 유소년기에는 신경생성이 활발하기 때문에 이 시기 운동을 하지 않는 건 향후 학습능력향상이나 업무능력을 끌어올릴 기회를 사전에 차단하는 행위다. 앉아서 책만 본다고 공부를 잘할 것이라는 인식은 비과학적일 뿐 아니라 미래의 기회마저 박탈하는 생각이다.
끝으로 이런 문제로 인해 결국 유소년기 운동시간을 충분히 배정하지 않는 건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손해고 미래를 잠식하는 행위다. 유소년기에 충분한 운동을 통해 교정하거나 유지가능했던 자세 등이 잘못되어 생긴 건강상 손해는 산업재해나 잦은 병원내원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사람의 몸은 어찌되었건 움직이니 괜찮은 게 아니고 정상적이고 건강하게 지속가능한 움직임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건강하지 않고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있다면 그것은 대체로 질병상태를 의미한다. 청장년기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운동시간을 늘리고 노력해도 유소년기에 부여한 시간의 수십배를 동원해야 겨우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체력이 확보된다. 더구나 유소년기에 운동을 못해 발생한 질환들은 오랜 교정과 치료를 통해 호전되는 만큼 시간적 손해는 감히 계산할 수준이 아니다.
운동은 근골격계 질환 예방의 기초
일단 시험점수만 올리면 된다는 단기간의 이해관계와 과거 고시문화가 만든 감금형 학습법이 현재도 통용되는 건 후진적 발상이다. 학습능력과 유기적인 창조능력이 인공지능(AI) 시대인 현재 더 요구되는 만큼 성장초기에도 뇌신경발달의 기본적인 토대인 운동시간을 확보하는 건 개인으로나 사회로나 사활적인 문제다. 유소년기 운동으로 얻는 개인과 사회의 이익을 널리 알리고,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체육문화를 확보하는 게 향후 우리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우리 아이들의 운동시간을 늘려주자. 그게 근골격계 질환 예방의 기초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