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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개혁의 골든타임,이대로 흘려보낼 것인가

2025-12-29 13:00:03 게재

개혁의 동력에도 유효기간이 있다. 정부의 권력도 무한하지 않다. 5년 임기의 대통령제에서 2년 안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개혁은 불가능하다. 정말 중요한 일은 집권 1년 차에 사실상 판가름이 난다. 6개월 이내에 핵심적 방향을 정해야만 한다.특히 국가와 정권의 안위가 동시에 걸려있는 국방개혁은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리기 때문에 집권 초에 추진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가 없다. 그런데 그 황금 같은 6개월이 이미 훌쩍 지나가 버렸다. 이런 속도면 정권 1주년은 눈 깜짝할 새에 온다. 더구나 정권 1주년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지방선거가 있는 시점이다. 정말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정권이 가장 무서울 때는 당선인 시절이다. 이때는 공직사회가 ‘알아서 기는’ 자세를 취한다. 안타깝게도 이재명정부는 당선인 프리미엄을 전혀 누리지 못했다. 인수위를 통해서 정권운영을 구상하고 국정과제를 점검하며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등의 치밀한 준비 작업을 할 기회가 없었다. 내란의 와중에 출범한 이재명정부는 비슷한 상황의 문재인정부와도 다르다. 새로운 정부를 출범하는 것으로 충분했던 문재인정부와 달리 이재명정부는 내란청산과 미중전략경쟁 및 관세문제 해결, 국정의 정상화, 진보-보수 갈등 관리, 이 모든 것이 동시에 추진돼야 하는 극한의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재명정부의 지난 6개월은 다른 정권의 1년 이상에 해당하는 무게를 지닌다.

외교성과에 가려진 개혁의 지체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이재명정부가 이룬 성과가 적지는 않다. 내란 이후의 국가를 정상화하는 데에 성공했고, 정권 최대의 과제로 여겨지던 한미 간 동맹갈등과 관세협상의 문제를 일거에 정권의 최대 성과로 이끌 계기를 만들었다. 각종 우려 속에서 관세협상을 주변국들보다 유리한 방향으로 마무리지었고, 동맹의 현대화 압력을 역으로 핵추진잠수함 도입에 대한 미국정부의 동의로 이끌었다. 이뿐만 아니라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역대 정부에서 번번이 좌절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한국의 국가주권을 제약하는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에 대한 미국의 전향적 입장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내란의 겨울을 극복하고 탄생한 이재명정부의 제1의 과제는 누가 뭐래도 내란청산이다. 다시는 후진국형 군부 쿠데타를 꿈도 꿀 수 없는 명실상부한 선진 문명국가를 향한 강력하고 진정성 있는 국방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국민의 여망을 받들어 이재명정부 국정기획위원회는 대한민국 군이 오직 국민에게만 충성하고 헌법에 따라 국가안위에만 전념할 수 있는 국방개혁을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나 12.3으로부터 1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 국방개혁은커녕 내란세력에 대한 제대로 된 청산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대통령과 총리가 직접 구체적 사안에 대해 언급한 것이 벌써 몇 번인지 세기도 어렵다. 해병대 준4군체제에 대한 사례만 봐도 대통령이 언급했던 내용은 이미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그대로 언급되었던 내용이다. 이런 문제들이 반복되는 것은 국방부 내의 기득권 세력들이 정리되지 않는 것에서 비롯된다.

내란 특검은 김용현 일당이 이미 12.3 계엄이 있기 훨씬 전부터 내란을 모의한 정황을 파악했다. 그런데 김용현 국방부의 최측근 장군들이 정권교체 후에도 성공적으로 안착해 현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상식적으로 당시의 차관을 비롯한 국방부의 군출신 수뇌부가 김용현의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합참 이하 부대들과 달리 이들 중 누구도 처벌을 받거나 직무에서 배제된 사람이 없다.

계엄버스 탑승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로 총리의 재징계 지시를 받은 사건이나, 채 해병 사건과 내란사건에 연루되어 죄가 밝혀진 임모 국방비서관의 전역 6일 전 정직 1개월 징계 퍼포먼스는 상부의 비호세력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국방부는 채해병특검 중에도 그를 방치하다가 문제가 제기되자 9월에야 뒤늦게 직위해제도 아닌 직무배제로 모든 경제적 혜택을 다 받도록 특별히 배려했다.

내란세력 청산 없는 개혁은 허구

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빠른 시간 내에 국방부와 군 내의 내란 동조세력들을 청산하고 개혁에 대한 의지가 있는 사람들을 전면에 내세워서 이재명정부의 국방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나가야 한다.

정한범 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 국방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