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쿠팡의장 한달만에 뒤늦은 사과
“판단 미숙이었다” 시인
한미 통상 이슈 움직임도
쿠팡 1조6850억원 보상안
쿠팡 창업주 김범석(사진)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 발생 약 한 달 만에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그동안 침묵을 유지해 온 최고 책임자가 직접 고개를 숙이면서 사태 수습의 분기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 의장은 28일 배포한 사과문에서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번 데이터 유출로 많은 고객께서 개인정보 안전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셨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고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해 큰 실망을 안겨드렸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강조했다.
사과가 늦어진 데 대해서는 판단 착오를 인정했다. 김 의장은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었다”며 “제 사과가 늦어졌다”고 말했다. 쿠팡은 25일 내부 조사를 통해 개인정보 유출자를 특정했고, 유출된 정보는 모두 회수됐으며 외부 유포나 판매는 없었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사과의 배경에는 국내외 리스크 관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 연석 청문회 증인 채택, 정부와 진실공방, 여론 악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주주를 중심으로 한 집단소송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법원에는 김 의장을 상대로 한 주주 집단소송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증권법상 허위·부실 공시에 대한 책임이 막대한 만큼, 쿠팡이 사안을 ‘시스템 실패’가 아닌 ‘개인 일탈’로 규정하며 방어논리를 정교화하고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동시에 쿠팡은 이번 사안을 둘러싸고 ‘미국 기업’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모습이다. 한국 정부의 대응을 과도한 규제로 규정하며 한미 통상 이슈로 확장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 소속 대럴 아이사 의원과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공개적으로 쿠팡을 거론하며 한국 정부를 비판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 의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작동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쿠팡은 29일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책임을 통감, 고객 신뢰를 복원하기 위해 1조6850억원 규모의 고객 보상안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쿠팡은 고객들에게 로켓배송·로켓직구·판매자 로켓·마켓플레이스 쿠팡 전 상품(5000원), 쿠팡이츠(5000원), 쿠팡트래블 상품(2만원), 알럭스 상품(2만원) 등 고객당 총 5만원 상당 1회 사용이 가능한 4가지 구매 이용권을 지급한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