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내년 통화정책결정 시장과 소통 강화
예측 가능성 향상…‘점도표’ 도입 고심
“내년 기준금리 상당기간 동결 가능성”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서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시장 충격과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소통을 강화할 전망이다. 이창용 총재 취임 이후 ‘3개월 내 조건부 금리전망’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포워드 가이던스’를 운영한 것에 대한 성과와 한계를 토대로 내년 이후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은은 최근 발표한 ‘2026년 통화신용정책 운용방향’ 보고서에서 “경제주체가 정책 여건의 높은 불확실성 아래서 통화정책 운용에 대한 합리적 기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정책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를 위해 △금통위원의 대외 소통 확대 △조건부 금리전망 운용방안 검토 △경제전망의 정확도 제고 △통화신용정책 운영의 일반원칙 수정 및 보완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한은은 또 통화정책 파급효과를 제고하는 방향에서 한국형무위험지표금리(KOFR)가 준거금리로 정착되도록 활용도를 제고하고, 통화안정증권의 활용도도 높이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한은 내부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시행하는 ‘점도표’(dot plot) 도입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한은 총재가 금통위에서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한 이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3개월 내 기준금리 전망’에 대한 금통위원의 의견을 전하는 방식에서 개선의 여지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김병국 한은 통화정책국 정책총괄팀장은 이달 15일 ‘조건부 금리전망 도입과 향후 과제’라는 발표에서 “금리전망의 대상 시계가 점도표보다 다소 짧아 지난해 7월부터 1년 이내 시계에서 복수의 전망치 등 다양한 제시 방안을 모의 실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점도표는 미국 연준 위원들이 향후 1년 정도 범위 내에서 정책금리 전망치를 제시하고 이를 도표로 작성한 것이다. 점도표를 통해 시장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방향과 경로를 보다 명확하게 인식하고, 각 경제주체의 경제적 선택과 집중에 도움을 주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예컨대 미국 연준의 경우 내년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중 8차례에 걸쳐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이 가운데 3월과 6월 등 매 분기별로 모두 4차례에 걸쳐 점도표를 공개할 예정이다. 연준은 이달 열린 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연 3.50~3.75%로 결정하면서, 점도표상 내년말 정책금리 중앙값으로 3.40%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한은이 내년에도 기준금리를 상당기간 동결할 가능성이 나온다. 환율과 부동산시장 변동성이 확대하면서 지난 5월 기준금리를 연 2.50%로 인하한 이후 4차례 연속 동결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달째 2.4%로 반등하고, 고환율에 따른 수입물가 오름세로 물가안정목표치(약 2.0%)를 계속 웃돌면 금리인하는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한은도 이번달 열린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높아진 환율과 내수 회복세 등으로 (물가의) 상방압력이 예상보다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내년도 통화신용정책 운용방향에서도 “기준금리는 물가와 성장 흐름 및 전망 경로상의 불확실성,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가 인하여부와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