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김병기 논란에 침묵…“당내 역학 구도 고려”
호텔 고가 숙박권 논란에 부인·아들 의혹 추가
30일 사과 표명 예고 … 원내대표 사퇴 선그어
당내 ‘친명 위축’우려가 ‘결단’ 공개 압박 자제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관련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김 원내대표와 전직 보좌진들이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김 원내대표 부인·아들과 관련된 의혹이 더해졌다. 김 원내대표측은 30일 사과 표명 등 공식 입장을 예고하면서도 ‘사퇴’에는 선을 그었다. 당 지지도와 대통령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권 내 공개적인 거취 압박은 없다. 여당 내부 역학구도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대한항공으로부터 고가 숙박권 수수 의혹이 불거진 후 가족 진료 특혜·아들 관련 사적업무 떠넘기기 의혹에 이어 부인이 과거 동작구의회의 업무추진비 사적 사용 의혹이 이어졌다.
29일에는 부인의 공적업무 관여 의혹 보도가 이어졌다. 김 원내대표의 전직 보좌진들이 제기하고 있는 부당한 업무지시 등의 단면이다. 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용 의혹과 관련해선 경찰·검찰에도 고발장이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김 원내대표는 호텔 숙박권과 관련해선 사과하고 반납을 언급했지만 다른 의혹과 관련해선 보좌진들의 의도를 지목하며 역공을 취하는 모양새다.
의혹 제기와 반박이 되풀이되면서 야당에서는 김 원내대표의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8일 “더 이상 시간을 끌 게 아니라 즉각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하고 국민 앞에 책임부터 져야 한다”고 논평했다.
범여권인 조국혁신당의 박병언 대변인은 논평에서 “사안이 엄중해 보인다. 여당 지도부로서 책임과 지혜를 보여 주시기를 기대한다”며 사실상 사퇴를 요구했다. 여당 안에서도는 복잡한 심경이 엿보인다. 정청래 대표는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매우 심각하게 지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주민 의원은 “당에 대한 부담을 안 드리는 방법과 방향으로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원내대표실은 30일쯤 사과를 포함한 입장표명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29일 “언론의 보도 내용 등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30일 김 원내대표의 입장표명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원내대표직 사퇴와 관련한 사안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과의 수위에 대한 논의는 있으나 대표적 사퇴 등 정치적 결단에 대해선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의원의 가족 특히 부인, 아들 등과 관련한 의혹이 이어졌지만 당 내부 분위기는 공개적 압박 대신 ‘본인의 결단’만 쳐다보는 양상이다.
현직 원내대표에 대한 지속적인 논란이 여당과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 하고 있지만 민주당 내부 반응은 이중적이다. 여당 의원들이 직접 뽑은 현역 원내대표에게 거취를 묻는 것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잔여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제기된 논란에 대한 해명이 가능하다면 굳이 대표직에서 물러나 정치적 분란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민주당이 침묵 등에 당내 정치적 역학구도가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수도권 한 중진의원은 “불거진 의혹이나 논란을 더 끌고 가서는 안 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당내 정치상황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친명계 그룹 안에서 당 운영 주도권과 관련해 정청래 대표를 견제해야 하는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미다.
한 의원은 “친명 성향인 김 원내대표가 그간 정 대표와 힘의 균형을 맞춰왔는데, 김 원내대표가 사퇴하면 친청(친정청례)계로 당 주도권이 급격히 쏠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참 진행 중인 최고위원 보궐선거와 맞물려 지도부 재편 움직임이 있는 상황에서 원내대표 부재라는 변수를 더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친명계를 자처하며 최고위원 경선에 나선 후보자들은 이 대통령과의 소통을 강조하면서 정 대표의 자기정치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관건은 민주당 내부 바람대로 김 원내대표의 사과와 입장표명으로 현재의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느냐다. 김 원내대표가 제기된 의혹에 대한 소명과 정면돌파로 방향을 잡은 상황에서 30일 이후 추가 의혹이 불거지거나 여론의 반발이 커진다면 오히려 실기론이 더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명환·박준규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