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강화…금감원 조사인력 확대 불가피

2025-12-30 13:00:15 게재

대통령 지시에 29일 금융위·금감원·거래소 회의

대응단 조직 확대에 이견 없지만 인력 수급 문제

금감원 조사 부서 인원 부족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이재명 대통령이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강화를 지시했지만 금융감독원의 조사 인력 확대를 병행하지 않을 경우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사 기능이 전반적으로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9일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한국거래소는 회의를 열고 대통령 지시 사항에 대해 논의를 벌였다. 합동대응단 확대 방안과 금감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인지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안 등을 놓고 각 기관이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강화를 지시했고 그와 관련해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입장을 밝혔다. 왼쪽부터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합동대응단 조직 확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지만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를 조사할 전문 인력의 수급 문제가 불거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합동대응단에) 1~2팀 더 만들어 팀별로 경쟁도 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며 합동대응단의 역할 확대를 주문했다.

하지만 이찬진 금감원장은 “만일 경쟁 체제를 한다면 금감원 내 비슷한 규모를 넣어서 현재 합동대응단과 같이 굴려도 매우 효율적으로 돌아갈 것 같다”며 합동대응단 내부의 경쟁이 아닌 금감원과의 경쟁을 언급했다. 자본시장 조사부서의 인력 확대 필요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 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합동대응단으로 자본시장 조사부서 인력이 대거 차출될 경우 금감원의 기존 불공정거래 사건 처리가 더 늦어지는 적체 현상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사건에 대한 금감원의 전문성은 증권감독원 당시부터 조사부서에서 오랫동안 쌓여온 조사 경험과 노하우에 있다. 하지만 조사 부서 정원을 그대로 놔둔 상태에서 특사경 확대와 합동대응단 신설은 금감원 자체 조사 역량을 크게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원장은 “조사국 1개의 인원이 대응단에 파견을 나가 있어 일반 자본시장 조사가 두 달 이상 적체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합동대응단에는 금융위 4명, 금감원 21명(단장 포함), 거래소 12명이 파견돼 있다.

현재 금감원 자본시장 조사 인원에 대해 이 원장은 “자본시장 조사 3개국 기준으로 70여 명이며, 국장까지 포함하면 80여 명 수준”이라고 말했다. 합동대응단이 1개 더 만들어질 경우 금감원의 자본시장 조사 인력은 50명으로 줄어들 수 있다.

이 대통령이 특사경 확대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이 원장이 “제대로 가동하려면 특사경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조사·검사 인력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조사·검사 인력 확대 없는 합동대응단과 특사경 확대는 결국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합동대응단) 인력 확충이 더 이뤄진다면 10호, 20호, 50호까지 잡아내겠다”고 말했다. 현재 합동대응단은 1호와 2호 사건 이외에 추가적으로 증권사 고위임원이 상장 관련 정보를 미리 입수해 친족에게 돌린 부분을 잡아내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금감원의 조직과 인력 확대에는 소극적이다. 합동대응단 기능 강화와 관련해 금감원은 조사 인력 확대를 전제 조건으로 주장하고 있어서 두 기관이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금감원 특사경에 인지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조만간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특사경집무규칙 22조는 ‘특사경은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범죄 중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은 사건에 관해 수사를 개시·진행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24조에는 ‘22조의 규정에 따른 수사과정에서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범죄의 혐의를 인식한 때에는 검사의 지휘를 받아 범죄인지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돼 있다. 범죄를 인지해도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법무부령에 명시된 특사경 수사준칙 17조는 ‘특별사법경찰관은 직무범위에 속하는 범죄에 관한 신문·방송이나 그 밖의 보도매체의 기사, 익명의 신고 또는 풍문이 있는 경우에는 특히 출처에 주의해 진상을 내사하고, 내사 결과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즉시 수사를 개시해야 한다’고 돼 있다. 25조에는 자본시장 위반범죄 등에 대한 수사를 개시할 경우 검찰에 수사개시를 보고하도록 돼 있다. 사실상 인지수사권을 명시하고 있는 것이어서 현재 시행세칙으로 규정된 금감원 특사경집무규칙은 상위법 우선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박민우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은 “당초 공무원 특사경에 대해선 검찰이 인지수사권을 주는 것에 국회와 법원이 모두 문제없다고 했다”며 “그러나 민간인 신분(금감원)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수사권을 주게 되면 국민의 법 감정과 오남용 문제가 있어 통제를 둬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특사경에 인지권한을 안 주면 수사를 어떻게 하냐”며 인지수사권 부과 필요성을 언급한 만큼, 관련 기관 협의를 거쳐 제도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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