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여론·국회·정부 압박에 사면초가
보상 논란에서 제재 논의로 진화 … 비용 부담 전면화에 장기 리스크 부상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길어지면서 ‘꼼수 논란’을 부른 쿠팡의 보상 방식이 결국 현실적인 비용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용권 보상이라는 선택은 논란을 잠재우지 못했고, 오히려 이용자 이탈과 정치권 압박, 정부 제재 가능성까지 키웠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이미지 훼손을 넘어 쿠팡의 경영 전반을 흔드는 문제로 번지는 모양새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전날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에게 1인당 최대 5만원 상당의 보상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상 방식은 현금이 아니라, 쿠팡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구매 이용권이었다. 피해를 입은 소비자에게 다시 쿠팡에서 돈을 쓰게 만드는 방식이라는 비판이 즉각 제기됐다.
법조계 등에서는 이런 이용권 지급을 정식 손해 배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현금처럼 자유롭게 쓸 수 없고, 사용처와 조건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보상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실제로는 회사가 정한 범위 안에서만 쓰게 한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의 선택은 단기적으로는 비용을 아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용권은 실제로 사용된 만큼만 비용이 발생하고, 쓰이지 않으면 회사 부담도 줄어든다. 하지만 일부 이용권은 추가 결제를 해야 쓸 수 있어 ‘꼼수’라는 비판을 불렀다. 명목상 보상액과 실제 체감 보상액 사이의 차이가 크다는 점도 불만을 키웠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앞으로 더 큰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보상안 발표 이후 개인정보 유출에 반발한 이용자들의 ‘탈쿠팡’ 움직임이 온라인에서 빠르게 퍼졌다. 정확한 숫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용자 신뢰가 크게 흔들린 것은 분명하다. 플랫폼 기업에게 이용자 이탈은 곧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 당장의 보상 비용을 줄이려다 고객을 잃게 되면 손실은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론이 들끓으면서 정부 제재 가능성도 커졌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관리 책임이 인정될 경우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고, 피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해야 할 수도 있다. 과징금은 매출을 기준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거래 규모가 큰 쿠팡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정부 안팎에서는 영업정지나 일부 서비스 중단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조사 결과에서 관리 부실이 확인될 경우, 과징금만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영업이 멈추거나 서비스가 제한되면 배송과 물류에 직접적인 차질이 생겨, 쿠팡에는 가장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정치권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국회는 30일부터 이틀간 개인정보 유출과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문제까지 함께 따지는 청문회를 연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무위·국토교통위·환경노동위·기획재정위·외교통일위 등 6개 상임위원회가 함께 참여하는 이례적인 방식이다.
쿠팡 전·현직 임원 13명이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과 김유석 부사장, 강한승 전 대표는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핵심 책임자들이 청문회에 나오지 않는 점이 오히려 책임을 피하려는 모습으로 비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청문회가 개인정보 유출만이 아니라 불공정 거래와 노동환경 문제까지 함께 다룬다는 점에 주목한다.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쿠팡의 운영 방식 전반을 따지는 자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제재 수위를 낮추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 수 있다.
해외 투자자들의 시선도 점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쿠팡은 해외 기관투자자 비중이 높은 기업으로, 개인정보 보호와 내부 통제 수준은 기업 가치를 판단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해외 투자자들은 단순한 사고 발생보다도, 사고 이후 기업이 어떻게 책임을 지고 문제를 해결했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
이 때문에 이용권 보상 방식과 핵심 경영진의 청문회 불출석, 재발 방지 대책의 불투명성은 해외 투자자들에게 지배구조와 내부 관리에 대한 의문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에서는 개인정보 관리 실패와 책임 논란이 이어질 경우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진 사례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국내 논란이 장기화될 경우 쿠팡이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리스크가 큰 기업’으로 다시 평가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이는 주가와 기업가치, 향후 투자 유치 과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쿠팡에 눈에 보이는 비용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비용을 동시에 쌓이게 하고 있다고 말한다. 보상 비용과 과징금, 영업정지 가능성, 이용자 이탈로 인한 매출 감소, 보안과 인력 관리 비용, 투자 신뢰 하락까지 모두 회사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꼼수 논란’으로 시작된 쿠팡의 보상 선택은 정치권과 정부, 시장의 압박 속에서 실제 비용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당장의 돈을 아끼려다 더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