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퇴…“국민 눈높이 못미쳐”
“시시비비 가린 후 더 큰 책임 감당하겠다”
의혹 누적, 정치적 부담 … 세력분화 주목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자신을 향한 각종 의혹에 사과하며 원내대표직에서 전격적으로 사퇴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재구성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여당 내부의 세력분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 처신 있었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제 부족함에 있다.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대한항공에서 받은 호텔 숙박 초대권 이용 논란, 부인의 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적 사용 의혹, 보좌진을 통한 아들의 업무 해결 의혹 등 본인은 물론 가족을 둘러싼 의혹이 전방위적으로 쏟아지면서 사퇴 압박을 받았다.
그는 자신과 관련한 의혹이 누적되면서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국정운영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에 사퇴를 결심했다고 했다. 그는 “연일 계속되는 의혹 제기의 한복판에 서 있는 한 제가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사퇴 배경을 밝혔다. 그는 이어 “시시비비를 가린 후 더 큰 책임을 감당하겠다”면서 “약속했던 민생법안과 개혁법안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김병기 원내대표와 관련한 의혹이 불거진 후 거취와 관련해 ‘개인적 결단’에 맡겨뒀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29일 유튜브 채널 새날에 출연해 김 전 원내대표 관련 논란과 관련해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고 당 대표로서 죄송하다, 사과한다고 말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내대표는 의원들과 당원들이 뽑은 선출직으로 임기가 보장됐다”며 “그 누구도 임기가 보장된 분에게 이래라 저래라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30일 김 전 원내대표의 전격적인 사퇴선언이 나오기 전 분위기는 개인적 결단이 미뤄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컸다. 핵심관계자는 이날 오전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본인의 억울함과 별개로 의혹제기와 반박이 누적되면서 당과 정부의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김 전 원내대표의) 30일 입장표명을 보고 다음 수순을 정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새 원내지도부를 어떻게 구성할지가 관심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6월 당헌을 개정하면서 원내대표 궐위 시 보궐선거로 당선된 경우에는 전임자의 잔여 임기(내년 6월 초순)만 채우도록 했다. 임기의 절반만 소화하는 상황에서 원내대표를 염두에 뒀던 의원들의 선택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에선 박 정, 백혜련, 한병도 의원 등 3선 의원이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조승래 사무총장의 출마 가능성도 있다.
또 당 지도부 변화가 여권 내부 권력지형 변화로 이어질지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민주당은 당초 1월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지방선거 공천(4월) 원내대표·국회의장 후보 선출(5월말~6월초), 6.3 지방선거, 당 대표 선출(8월) 등을 예정하고 있다.
정청래 대표와의 협력관계가 중요하다. 최고위 보궐선거에서 정 대표 리더십에 대한 지원-견제 분위기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최고위 구성원인 원내대표 선출이 지방선거 공천 이전으로 당겨지면서 내부의 세력변화를 앞당길 수도 있다.
민주당 수도권의 한 중진의원은 “김병기 원내대표 관련논란이 장기화되는 것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알면서도 불신임 입장을 내지 않았던 배경에는 정 대표에 대한 견제심리도 반영돼 있다”고 전했다. 새 원내대표와의 정치적 협력 여부는 정청래 대표 체제의 리더십에 직접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뜻이다.
정청래 대표는 이와 관련해 29일 유튜브 채널에서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다섯 명과 다 친하다”며 “그들이 최고위원이 되면 정청래 당 대표 체제의 최고위원들이고, 정청래 당 대표 지도부”라고 강조했다.
이명환 박준규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