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워렌 버핏 회장과 투자의 네가지 교훈

2025-12-31 12:59:58 게재

미국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투자 대가인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렌 버핏 회장이 내일 현직에서 물러난다. 지난 11월 버핏(95세)은 투자자들에게 “물러난다”는 작별인사 편지를 보냈다. 후계 CEO는 그동안 경영수업을 받았던 그렉 아벨 부회장이다.

14년 전 중앙일보 기자였던 필자는 국내 언론 처음으로 버핏 회장과 인터뷰할 행운의 기회를 가졌다. 당시 81세지만 그의 얼굴에 주름을 찾아볼 수 없었고 목소리도 단단했다. 검은색 바탕에 회색이 섞인 양복을 입고 빨간색 넥타이를 맬 정도로 패션 감각도 있었다.

미리 질문지를 주지 않았는데도 답변에 거침이 없었고 ‘마음씨 좋은 이웃 아저씨’ 같았다. 필자 손을 따뜻하게 쓰다듬는 인간미도 보여주었고 자신의 지갑을 선물하는 퍼포먼스(?)를 보였지만 받을 수 없어서 돌려주자 회사 동료들은 난리였다. 여러모로 한국의 ‘회장님’들과 많이 달랐다. 이후 14년 간 그가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내용과 언론 보도를 관심 있게 보았다. 그가 보내는 메시지에 회사의 새 정보뿐 아니라 개인적인 인생 지혜와 조언이 담겨져 있었다. ‘현인’으로 불리는 이유다.

버핏은 중학교 때부터 신문을 읽고 배달할 정도로 독서광으로 투자자들에게 독서를 권유한다. 왕성하게 일할 때 하루 500 페이지 분량의 신문기사와 책을 읽었다. 2012년 주주에게 보내는 편지에 벤자민 그레이엄의 ‘지적인 투자자’ 책을 추천했다.

돈벌기보다 그의 삶이 이룬 성취로 존경받아

버핏이 많은 관심을 받는 이유는 파산 직전의 작은 섬유회사에서 ‘기업 제국’을 이룬 약 1500억달러의 순자산만이 아니라 그의 삶이 이룬 성취 때문이다. 그의 투자 전략으로 평균 주식 시장보다 2배 더 많은 이익을 창출했다. 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토마스 만의 말대로 “그는 1세대에 돈을 벌고, 2세대 정치인 및 3세대 예술인을 뛰어 넘어 4세대 자선가의 길”을 걷고 있다.

버핏의 퇴임은 그의 가장 중요한 지혜를 요약할 기회로 그의 인생·투자원칙을 네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때를 알고 실패를 두려워 말라. “다른 사람들이 욕심을 부릴 때 두려워하고, 다른 사람들이 두려워할 때 욕심을 부려라.” 버핏의 전설적인 투자 구절이다. 인생에서 ‘물러설 때와 나아갈 때를 알라’는 교훈과 맥이 닿아 있다. 투자자들에게 실수를 두려워말라고 조언한다. 투자 실수에 대해 스스로를 자책하지 말고 오히려 계속 공부하면 더 나은 기회가 온다는 것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격언이다. 버핏은 세 자녀에게도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둘째,당신이 이해하는 회사에 투자 하라. 비즈니스 모델을 잘 이해하는 회사에 투자하라는 조언이다. 단순하게 들릴 수 있지만 쉽지 않다. 예로 테슬라 회사가 인공지능을 자율주행차에 어떻게 활용 작동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 투자할 회사의 기회와 위험을 알고 향후 비즈니스가 어떻게 발전할지 평가할 수 있게 공부하고 투자하라는 것이다.

셋째, 가격은 당신이 지불하는 것이고, 당신은 그 가치를 얻는 것이다. 양질의 회사를 좋은 가격에 구매하라는 것이다. 회사가 너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지, 너무 낮은 평가를 받는지 회사의 내재가치를 잘 파악해 그것을 현재 주식가격과 비교한 이후 투자를 결정하라는 것이다.

넷째, 공동체에 대한 기부다. 필자가 ‘왜 재산 대다수를 기부하는가’ 물었더니 버핏은 “우리 공동체가 아닌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시장 모퉁이에서 사과를 팔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답변했다. 재산 1.2%만 남기고 6000억달러 이상 자선재단에 기부했다.

금융시장 넘어 투자자들에게 인생 롤모델

‘주식 농부’로 저명한 박영옥 회장(스마트인컴)은 “버핏은 투자의 정석과 인생의 모범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버핏은 금융시장을 넘어 많은 투자자들에게 인생 롤 모델이다. 버핏이 투자한 한국기업으로 대구텍이 있다. 세계적인 초경절삭분야 및 자원회사로 성장하고 있는데 한 고위 간부는 “버핏은 회사가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필자에게 “은퇴는 없다”고 말한 버핏 회장이 70년 수행한 CEO 자리를 내려놓는다. 은퇴 후 그는 해마다 “추수감사절 즈음에 편지를 계속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따뜻한 손과 편지가 그리워진다.

김택환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