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회피’ 논란에 쿠팡 ‘김범석 책임론’ 부상
국정조사·특별감독·세무조사에 동일인 지정까지
국회·정부 전방위 압박에 ‘총수 책임 시험대’ 부상
쿠팡을 둘러싼 개인정보 유출과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논란이 국회 국정조사 추진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노동·공정·조세 당국이 동시에 강도 높은 조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쿠팡은 정치권과 정부의 전방위 압박에 놓인 상황이다. 개별 사안에 대한 책임이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으로 모이는 흐름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30일 쿠팡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을 공식화했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직후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국민의힘도 전향적으로 협조해 달라”고 밝혔다. 이는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한 연석 청문회에 김범석 의장 등 핵심 증인들이 불출석한 데 따른 대응이다. 민주당은 청문회만으로는 책임 규명이 어렵다고 보고, 국정조사를 통해 전면적인 검증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애초 청문회가 아닌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청문회에 불참해 왔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정조사 추진 자체에는 큰 장애가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노동 문제를 둘러싼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국회에서 쿠팡 새벽배송을 하다 숨진 제주 택배노동자 고 오승용씨 사건과 관련해 “산업재해에 해당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빠른 시일 내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물량을 채우지 못하면 고용이 불안해지는 구조적 문제를 악용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며, 쿠팡에 대한 특별근로감독과 전수조사 필요성도 인정했다.
김 장관은 쿠팡이 중대재해 원인 조사 과정에서 은폐나 축소에 관여했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과거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김범석 의장이 축소·은폐를 지시했다는 보도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중대재해 원인 조사를 방해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도 쿠팡의 인사관리제도와 퇴사 압박 의혹에 대해 “법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강경한 메시지를 내놨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청문회에서 “쿠팡은 상당히 큰 기업이지만 사회적 책임에 있어서는 정말 빵점”이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동안 예외적으로 쿠팡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돼 온 점과 관련해, 김범석 의장의 동일인(총수) 지정 여부를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공정위는 쿠팡이 판매가 인하로 발생한 손실을 납품업체에 광고비 등으로 전가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주 위원장은 “법 위반이 확인되면 엄중히 조치하겠다”며 “쿠팡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여부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세 당국의 압박도 본격화됐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쿠팡과 김범석 의장에 대한 세무조사와 관련해 “혐의가 나오면 끝까지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이미 쿠팡의 탈세 혐의를 포착하고 전방위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으며, 쿠팡 미국 델라웨어 본사를 포함한 그룹 차원의 이익 이전 구조를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미국 국세청(IRS)과의 공조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처럼 노동·공정·조세 전반에서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김범석 의장의 동일인 지정 여부는 이번 사태의 결정적 분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동일인으로 지정될 경우 김 의장은 쿠팡의 지배구조와 내부 거래, 계열사 간 거래 전반에 대해 법적·제도적 책임의 중심에 서게 된다. 공시의무 강화와 사익편취 규제 적용 등으로 책임 범위는 실무 차원을 넘어 총수 개인에게까지 직접 연결될 수 있다.
유통업계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대응부터 노동 문제, 불공정 거래 의혹, 조세 논란까지 대부분의 쟁점이 김범석 체제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특히 국회 일정마다 불출석이 이어지는 상황은 책임 회피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을 둘러싼 논란이 개별 사건을 넘어 기업 지배구조와 책임 문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이번 사태가 장기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동일인 지정이 현실화되면 더 이상 ‘실무 책임’으로 선을 긋기 어렵다”며 “이번 사태는 김범석 체제의 책임 구조와 경영 방식 자체를 제도적으로 묻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덧붙였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