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AI 시대,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2026-01-02 13:00:01 게재

전세계를 관통하는 인공지능(AI)과 기술패권의 흐름은 이제 단순한 소프트웨어의 진보를 넘어섰다. AI는 자본과 에너지, 그리고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얽힌 국가 전략산업이자 경제성장의 핵심동력이 됐다. AI라는 거대한 기술의 파고는 우리가 오랫동안 유지해 온 산업구조와 사회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강력한 전환의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금은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지능의 아웃소싱’ 시대다. 산업혁명이 기계를 통해 인간의 근육을 대체하며 물리적 한계를 극복했다면 현재의 AI 혁명은 사고와 판단, 나아가 창작이라는 인간 고유의 성역을 ‘0과 1’의 논리 구조로 치환하고 있다. 인간의 존재론적 위치를 묻는 근본적인 도전이다. 많은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이 느끼는 막연한 공포는 단순히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넘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의 경계가 무너지는 데서 오는 실존적 위기감에 가깝다.

숙련노동의 종말과 ‘인지 프롤레타리아’의 위기

명문대 졸업장과 고학력, 기술 연마, ‘사’가 붙은 전문직 자격증이 생존의 보증수표였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 생산의 주축은 인간의 땀방울이 아닌, 알고리즘과 컴퓨팅 파워로 옮겨가고 있다.

예일대학교 파스쿠알 레스트레포 교수가 제시한 수리 모델은 이 잔인한 미래를 냉정하게 증명한다. 인공일반지능(AGI) 시대의 임금은 개인의 역량이 아니라 ‘그 일을 AI로 대체하는 비용(복제비용)’에 의해 상한선이 결정된다. 아무리 탁월한 숙련 지식과 기능이라도 AI가 그 일을 100원에 처리할 수 있다면 그의 노동가치는 영원히 100원을 넘을 수 없다는 뜻이다.

한국처럼 기술 수용 속도가 빠른 사회에서 이 변화는 점진적인 적응이 아니라 ‘급격한 붕괴’의 형태로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어제까지 유망했던 전문직이 내일 아침 등장한 알고리즘 하나로 인해 순식간에 가치를 잃을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노동기구(ILO)는 전세계 일자리의 상당 부분이 AI의 영향권 아래 놓일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특히 이번 파도는 과거의 자동화와 달리 고숙련 지식 노동자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개발자 변호사 컨설턴트 등 이른바 ‘코그니타리아트(Cognitariat, 인지 프롤레타리아)’라 불리는 이들이 AI라는 해일 앞에 서게 된 셈이다. 과거에는 적당한 수준의 자료 정리와 문장력, 그리고 표준화된 노하우만으로도 조직의 허리 역할을 수행하며 생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평균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비용은 ‘0의 가치’에 수렴한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과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공동 연구는 이를 수치로 증명한다. AI를 활용한 컨설턴트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작업 속도는 25% 이상 빠르고, 결과물의 품질은 40% 이상 높았다. 중요한 점은 하위권 실무자들이 AI의 도움으로 상위권과의 격차를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전문성이라 믿어왔던 많은 것들이 사실은 1년에 몇 만원짜리 AI 구독 서비스 안에 포함된 데이터에 불과했음을 시사한다. AI가 도달할 수 없는 영역, 즉 데이터 사이의 맥락을 읽어내는 통찰력과 예측력, 예기치 못한 변수를 통합하는 직관만이 인간의 고유한 가치로 남게 될 것이다.

정해진 답을 내놓는 시대에서 질문하는 시대로

그렇다면 우리는 이 거대한 파도 앞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AI가 정답을 찾아내는 속도와 효율을 담당한다면 인간은 그 결과물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어디로 향할지를 결정하는 기획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무엇이 진정한 문제인가”를 정의하고, “우리는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가”를 묻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노동력으로서의 인간이 아니라 고유한 존재로서의 인간을 회복하는 것이 AI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 핵심적인 태도다.

결국 AI 시대에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질문의 깊이’에 있다. 기계가 모든 답을 주는 세상에서 인간의 존엄은 무엇을 묻고 어떤 방향을 가리키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효율의 바닥은 AI가 다질지 모르지만 어떤 선택이 사회적으로 정당한지, 어떤 방향이 바람직한지는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AI 시대에 인간의 존엄은 답의 정확도가 아니라 질문의 깊이에서 결정될 것이다. 대답의 시간은 저물고 이제 질문의 시간이 시작됐다.

안찬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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